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약력 > 이름 : 마종기(馬鍾基)(아동문학작가 마해송 선생의 3남매 중 장남) 성별; 남 (72세) 직업: 의사
시인 마종기는 1939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서울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의대 및 서울대 대학원을 마침. 1966년 도미,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방사선의사로 일하고 있음. 1959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1976년 한국문학 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제6회 혜산박두진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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