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도메네오' (2010.01.21)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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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연출 이소영
지 휘 정명훈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합 창 국립합창단
이도메네오 김재형 (테너)
이다만테 양송미 (메조 소프라노)
엘레트라 헬렌권 (소프라노)
일리아 임성혜(소프라노)
아르바체 전병호 (테너)
전 3막 오페라
대본 잠바티스타 바레스코
원작 앙투안 당세의<이도메네오>
초연 1781년 1월 29일 , 뮌헨의 레지덴츠테아터
지리학적 배경 트로이전쟁이 끝난 직후인 기원전 1200년경, 크레타 섬
젊은 모차르트의 대담한 걸작 세리아
모차르트는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를 만나 <피가로의 결혼>,<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 같은
걸작 희극오페라를 탄생시키기 전에 여려 편의 소재를 얻은 진'오페라 세리아(Opera Serie: 정가극. 대체로 신화나 영웅담에서 소재를 얻은 진지한 내용의 오페라,엄숙하고 비극적인 서정적 비극)'를 작곡했다. 그 가운데 잠바티스타 바레스코의 대본으로 1781년 뮌헨 궁정극장에서 초연한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는 모차르트 스스로가 자신의 오페라 중 최고 걸작이라고 확신했던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 '이도메네오'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하늘의 모차르트가 기뻐할만한 공연."
무대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조명은 탄성을 자아냈다. 가수들과 오케스트라는 환상적인 음악을 선사했다. 2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국립오페라단의 새해 첫 공연 '이도메네오(Idomeneo)'는 영상물로 제작해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수준의 공연이었다.
모차르트 걸작 세리아의 한국 초연(1781년, 뮌헨 초연)이어서, 그리고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서울시향을 이끌고 참여한 국내 첫 오페라 작품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았던 프로덕션이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이소영이 연출을 맡았고, 해외에서 맹활약중인 한국 성악가들과 유럽 제작팀이 대거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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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오페라 세리아(신화나 영웅담을 소재로 한 진지한 내용의 정가극) 형식의 작품이 자주 공연되지 않는 이유는 스토리 전개가 비교적 단조롭고 주인공들의 비슷비슷한 독창 아리아가 줄줄이 이어져 관객이 쉽게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출가의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가수들의 적극적인 연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번 공연에서는 양자가 다 충족돼 최고 수준을 이뤄냈다.
'이도메네오'는 보통 3막으로 공연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막이 나뉘는 지점을 달리해 2막으로 공연했고, 충신 아르바체와 이도메네오의 대화 장면 등 몇 대목의 분량을 줄였다. 모차르트 자신도 당시 출연 가수들의 역량 부족이나 극적인 효과를 고려해 여러 차례 대본을 줄이거나 아리아를 생략했을 정도로 '이도메네오'는 워낙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전체를 살려 공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생략에 따른 스토리 전개 및 음악적 연결의 무리는 없었다.
동양적 적요(寂寥)와 서구적 역동성을 동시에 느끼게 한 매혹적인 무대는 전면의 대형 영상과 함께 관객을 끊임없이 몰입시켰다(무대 및 영상 디자인 피에르 누벨).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경험한다. 특히 트로이 포로들과 일리아가 등장하는 첫 장면, 일리아와 이도메네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 구도와 조명은 특별한 회화적 아름다움을 선사했다(조명 디자인 니콜라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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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백성들이 바다괴물에 쫓기는 장면은 거대한 핏빛 태양과 거센 파도의 영상으로 처리해 극적효과를 더했고, 이도메네오가 마침내 왕자 이다만테를 제물로 바치려는 장면에서 무대미술과 조명의 효과는 절정에 달했다. 토가를 다양하게 활용한 의상도 전체적인 연출 기조와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이도메네오 역을 맡은 테너 김재형은 사랑하는 아들을 신과의 약속 때문에 제물로 바쳐야 하는 아버지의 인간적 갈등을 유연한 레가토와 변화무쌍한 음색으로 탁월하게 표현해 관객의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
모차르트 초연 때 카스트라토(거세를 통해 소프라노의 음색을 보유한 남자가수)가 불렀던 이다만테 왕자 역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가 맡았다. 양송미는 고음과 중저음역이 모두 매끄럽고 안정적이었던데다 가사의 뉘앙스를 깊이 있게 살려냈고, 체격 면에서도 '바지역할'(여성 가수가 부르는 남성 배역)의 어색함을 느낄 수 없는 당당함을 보여 관객을 만족시켰다.
일리아 역의 소프라노 임선혜는 배역에 꼭 어울리는 미성과 성악적 기교, 그리고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연기로 찬탄을 자아냈다. 다채로운 연출 콘셉트에 의해 가장 어려운 연기를 해야 했던 엘레트라 역의 소프라노 헬렌 권은 '밤의 여왕'다운 격정적 분노, 반대로 지극히 여성적인 서정성을 동시에 표현해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백성의 역할을 맡아 열연한 국립합창단 및 조역들의 가창과 연기도 완벽한 구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명훈이 지휘한 서울시향은 마치 음악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극의 정서를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특히 이도메네오가 넵튠 신의 제물이 누구인가를 고백하며 절망하는 장면, 아들을 제물로 살해하려는 장면, 넵튠의 신탁이 내리는 장면 등에서 오케스트라의 극적 효과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언제 어디서 이처럼 감동적인 '이도메네오'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초연 때 가수들의 수준에 절망했던 모차르트가 크게 기뻐할 만한 공연이었다.
rosina@chol.com
이도메네오를 볼 수 있는 것은 일생의 행운이었다. 왜냐하면 많은 오페라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이면서도 쉽게 공연을 볼 수 있는 오페라가 아니기때문이다. 예당으로 가기전부터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었다.
연출은 어떨까! 이소영단장과 함께 식사를 나누면서 우리 오페라감상모임에 한번 와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단장의 연출의 특징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짐작은 가지만 시간이 다가 올 수록 더욱 궁금해졌다.
바로크오페라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오페라를 현대인들의 구밍 어떻게 맞출것인가? 의상은?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시기 1000년 이전시대의 의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넵튠의 모습과 넵튠의 노여움과 괴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여러 버젼중의 어떤 버젼을 택할까? 초연의 카스트라토가 이다만테역을 맡았는데 과연 양송미 소프라노가 바지역을 잘 할것인가? 일리아역을 맡은 임선혜가 과연 숭고한 사랑의 승리자로서 품격과 섬세한 감정표현을 잘 나타낼까? 드라마틱한 감정의 기복과 광란의 아리아를 소화해야만하는 엘렉트라역을 맡은 헬렌권은 어떨가?
과연 지휘자 정명훈 마에스트로가 모짜르트의 찬란한 슬픔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정말 다른 어떤 오페라를 보러 갈때보다 궁금한 마음이 컸다.
트로이노예들의 모습과 폭풍우를 만난 비극과 심각한 상황을 나타내 주는 서곡이 시작되었다.
지금 바쁜 진료중이기때문에 관람평만 요약해서 정리를 하자면
1. 전체적인 조명--어두웠다:이는 바로크오페라의 특징이다---바로크당시 오페라는 촛불 하나의 조명으로 오페라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모든 분위기를 조명으로 연출하는 이소영단장의 특징이기도 하다. 만약 밝은 상태면 상황에 맞는 분위기를 조명으로 표현하기 어렵기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게 조금 더 밝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초연이다보니 초연의 모습에 조금 더 감깝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리라 생각된다.
2. 이도메네오 테너 김재형은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발성, 표현, 연기까지. 단지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는 아버지로서의 목소리가 너무 좀 젊고 싱싱하다는 것이 오히려 여기에서는 약점이 되었다. 그러나 김재형의 소리만으로도 본전은 뽑은 것같다.
3. 일리아--소프라노 임선혜는 많은 기대를 걸고 보게되었다.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인 외모였다. 동서양의 미를 함께 지닌것 같다. 실물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분장한 모습을 3층 멀리서 망원경을 통해 열심히 얼굴을 들여다 보았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음에 가까이에서 실물을 꼭 보고 싶다. 외모는 약간 발랄한 모습이었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섬세하고 이뻤다. 매력적인 소리로 일리아역을 충실히 잘 소화하였다. 그러나 일리아의 깊은 고뇌와 슬픔. 그러면서도 일국의 공주로서 자신의 감정을 쉬 드러낼 수 없는 기품과 슬픔을 함께 표현해야하는 일리아 역은 누구라도 쉽게 해낼 수 있는 역이 아니다. 무조건 술퍼할 수도 없고 무조건 사랑한다고 매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투란도트공주처럼 냉정할 수도 없는 정말 어려운 역할이다. 그러면서도 아주 서정적인 노래도 표현 할 수 있어야 한다. 임선혜는 기대에 부응했지만 깊은 슬픔을 표현하기에는 소리가 너무 이뻤다.
4. 엘렉트라---일리아가 정적이라면 엘렉트라는 동적인 면이 많다. 기복이 큰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를 요구한다. 헬렌 권의 목소리는 정말 성숙하고 충분히 숙성한 목소리였다. 매력적이고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다. 그런데 엘렉트라의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기에 너무 성숙하고 어른스럽다. 그러나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 행복했고 농염한 연기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주었다.
5. 이다만테역의 양송미---바지역으,로서 이 정도면 완벽하지 않을까? 피가로의 결혼의 케루비노,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오르페오. 토황제의 자비중의 티토황제, 리날도등 많은 바지역이 있지만 카스트라토 시대인 바로크시대를 거의 3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정서에 바지역이 그렇게 친밀하게 다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테너가 이 역을 맡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내가 테너니까. 그렇지만 양송미는 충분한 기량을 보여주었고 이전에 노르마에서 아달지자역을 맡았을 때도 기량을 이미 보여준 적이 있어서 아쉬운 마음은 크지 않았다.
6. 오케스트레이션---전체적으로 템포가 좀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템포가 느리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지고 특히 엘렉트라의 광란의 아리아에서는 급박한 감정의 변화에 대해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
7. 제1막에서 DVD에서 보지 못했던 트로이 노예들의 모습이 나왔는데 거기서 이다만테의 non ho colpa(그것은 내 탓이 아니오)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대신 DVD에서 들었던 아주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다만테의 아리아 "두려워하지 말아요"를 들을 수 없어 피자파장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국립오페라단의 이러한 새로운 오페라공연을 시도했다는 것이 오페라애호가로서 매우 감사하며 더구나 휼륭한 연출과 캐스팅으로 행복한 관람을 만들어 주어 더욱 감사한마음으로 관람을 마쳤다.
이상 간단한 관람평을 마칩니다. |
매월 오페라 감상회에서 해설을 하시는 의사선생님 세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