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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부드럽고 고요하게' / 몽세라 카바예 [소프라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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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까지 무료로 전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같은 영웅비극이라 해도 바그너 오페라의 영웅 주인공들은 베르디 주인공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유령선 선장은 오만한 성격 때문에 신들의 저주를 받았고, [탄호이저]의 주인공인 중세의 기사 탄호이저는 예술가의 창의성과 탐구심을 발휘했다가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교회에서 파문당하지요. 역시 중세의 전설과 문학에서 소재를 가져온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과도한 열정이 파멸을 불러오고, [니벨룽의 반지]에서 신들의 세계는 신과 인간의 탐욕 때문에 무너집니다. 이 세계를 구원해야 할 순수한 영웅 지크프리트 역시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간계의 함정에 빠져서 죽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지크프리트보다 더욱 영웅적인 주인공은 최후에 말을 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여주인공 브륀힐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죄를 밝히고 화형대로 걸어올라가는 벨리니 [노르마]의 여주인공도 영웅비극의 유형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19세기 시민비극
 우리가 오늘날 흔히 비극 오페라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시민비극’에 속하는 작품들입니다. 높은 신분과 기품을 지닌 영웅적 주인공이 사라진 시대, 평범한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비극이지요. 19세기에 ‘시민비극’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이유 자체가, 비극이란 본래 평번한 사람들과는 다른 ‘고귀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장르였기 때문입니다. 시민비극 오페라의 특징은 대체로 여주인공의 희생이 강요된다는 점입니다. 오페라 극장에서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며 열광하는 대부분의 작품은 여주인공이 비장한 죽음을 맞이하는 시민비극이지요. 영웅비극에서처럼 주인공의 성격적 결함 때문에 비극이 초래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시민비극의 여주인공들은 대개 아름답고 순수한 청순가련형 여성이며, 상황비극의 주인공들입니다.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여주인공처럼 세상 물정을 모르는 채 티없이 한 남자만을 사랑했지만 결국 주변 상황에 밀려 비극 속으로 던져지는 희생양이죠. 또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푸치니 [라 보엠]의 미미처럼, 사랑하다가 연인과 헤어져 병으로 죽거나 [나비부인]의 초초상처럼 배신당해 자결하기도 합니다. 혹은 푸치니의 [토스카]나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의 경우처럼 목숨을 걸고 연인을 살리려다 보람도 없이 둘 다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