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는 작곡 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했다.
사랑의 묘약도 2주안에 썼다고 한다.
일설에는 8일만에 썼다고도 한다.
사랑의 묘약은 밀라노에 있는 카노비아나극장에서 새로운 오페라가 예약되어 있었는데 작곡가가 펑크를 내서 갑작스레 새로운 오페라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곡속도가 빠른 도니제티가 의뢰받게 되었다.
롯시니가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13일만에 작곡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도니제티는
"그래? 하긴 롯시니는 게으름뱅이이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여하간 도니제티는 생애 짧은 기간 많은 곡을 썼다고 한다.
오페라로는 안나 볼레나로 성공하여 사랑의 묘약, 연대의 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파보리테등을 작곡하였다.
특히 사랑의 묘약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 루치아의 광란의 아리아는 아주 유명한 곡이다.
특히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백미중에 백미다.
도니제티는 롯시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베르디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비숫한 시기의 벨리니와 쌍벽을 이루는 이태리 낭만주의 오페라의 대표자이었는데 일찍 사망하여 명성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였다.
벨리니와 분위기가 비숫하지만 벨리니보다는 좀더 분위기가 밝고 가볍다.
낭만주의 음악은 고전주의의 일정한 형식미에 대해 반발하여 생긴 음악이다. 고전주의가 자연의 멋을 노래한거라면 낭만주의는 인간내면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것이다.
사랑의 묘약은 낭만주의 음악으로 오페라부파다.
오페라부파라는 것은 희극적이고 서민적이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얼마나 낭만적인가!
사람들이 갈망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은 소설속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만화는 더욱 그렇고.
그래서 만화가 황당하지만 재미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불로초가 있다든지.
동물들과 말을 할 수 있다든지.
사람이 하늘을 날을 수 있다든지.
마법을 걸 수 있다든지
요정이 있다든지.
기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갈망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사랑의묘약이다.
그 약을 먹으면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힘으로 사랑을 쟁취할 수 없을 때 그 약을 먹으면 갈망하던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면!!!!!
이런 상상을 해 봄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미 그런 약에 대한 소설이 흔하게 있었다.
“미약(媚藥)”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사랑의 묘약을 주제로 한 소설이 있었고 트리스탄과 이졸데에도 그런 사랑의 묘약이 있는등 오래 전부터 사랑의 묘약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대본이 있었다.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는 아리아는 알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곡만 들으면 이 오페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주 가슴 저미는 멜로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주 희극적이고 코믹하기까지 하다.
사실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은 이 오페라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좀 동떨어진 분위기이고
사실 이 곡은 처음부터 대본에 있었던 것은 아닌데 도니제티가 대본가인 로마니에게 강력하게 삽입하자고 주장하여 넣게 된 것인데 도니제티의 선견지명처럼 대단한 성공을 이루게 된 곡이다.
그런데 이 오페라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 너무나 인기가 좋아 전체적으로 테너에게 스포라이트가 집중되어 있는데 사실은 소프라노곡이 너무 아름답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다음에 나오는 소프라노곡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소프라노들이 부르기에 너무나 어렵게 작곡되어 있어 웬만한 소프라노들이 소화하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다.
더구나 그 소프라노 곡(자 받으세요라는 곡)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너가 매우 급하게 반응하여 나와야 되기 때문에 소프라노는 그 곡을 아무리 휼륭하게 불러도 박수갈채를 받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사랑의 묘약은 약 150년전 스페인 서부 피레네의 산맥지방의 작은 마을 바스큐를 배경으로 한다.
아디나는 이쁘고 그 동네에서는 유일하게 책을 읽을 줄 아는 아가씨이면서 농장 주인의 딸이다.
네모리노는 미남이지만 가난하고 순박한 시골청년이다.
그는 감히 아디나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
누가 봐도 네모리노는 아디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저녁이 다가 오는 농장전원이다. 농부들은 잠깐동안의 휴식을 즐기고 있다. 동네 처녀인 쟈네타와 아가씨들은 시냇가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고 농장 주인 아디나는 나무 밑에서 책을 읽고 있고 있다.
마을 청년 네모리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디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일할 때는 모르다가도 쉴 때는 사람들은 사랑타령이다.
합창:
햇빛이 뜨겁게 비칠 때
우리들의 즐거움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는 것일세.
나무 그늘과
시냇물은 더위를 가시게 하네.
그러나 불타는 사랑만은
식히지 못하네.
나무 그늘과 시냇물도 가시지 못하게 한다네.
다행히도
우리에겐 사랑 걱정 없다네!
그러나 사랑걱정이 태산같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네모리노다.
아디나를 바라보며 함숨쉬며 부르는 네모리노의 순박하고 귀여운 카바티나 "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Quanto ò bella, quanto è cara! )를 들어 본다.
네모리노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
어찌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하리.
그녀는 현명하고 영리한데
나는 항상 우둔하고 말도 할 줄 모르네.
그녀는 책을 읽고 있네.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
난 너무 바보야.
나의 가슴은 뛰고 있네.
아,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가!
누가 내 마음 알까?
내 마음 속에 숨은 사랑 전할 길 없네.
책을 읽던 아디나가 갑자기 깔깔 거리고 웃는다
놀라는 사람들에게 아디나는 트리스탄 이졸데이야기를 해 준다.
박정한 이졸데를
트리스탄이 사랑했지.
그러나 그 사랑은
희망이 없는 사랑,
실망에 찬 트리스탄은
한 마술사로부터
사랑의 묘약을 얻어서 마셨어.
그후로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사랑했지.
소설에나 있을법한 이 사랑의 묘약은 바로 이 오페라에서 신비의 효험이 이루어진다.
우리에게 사랑의 걱정은 없다던 사람들이 모두 그런 신비한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노래한다.
그러나 가장 절실한 사람은 바로 네모리노였다.
희망이 없는 사랑을 이루게하는 그 신비의묘약만 있으면 네모리노는 아디나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군악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조용하고 산골짝의 마을에 이동군대가 주둔하게 된 것이다.
1 개 분대정도의 숫자이다.
그러나 농부들밖에 없는 이 산골마을사람들에게 군인들이란 너무 멋지고 처녀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존재들이다.
네모리노는 아디나를 두고 강력한 라이벌을 만나게 된다.
그는 멋지고 힘있는 벨꼬레상사이다.
분대를 이끌고 마을로 들어오던 벨꼬레상사는 아디나를 보는 순간 깜짝놀란다.
세상에 이런 시골에 이렇게 아름답고 지성미를 갖춘 아가씨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듯하다.
그는 아디나를 만난지 90초 이내에 청혼을 한다.
벨코레
파리스가 미의 여신에게
능금을 바친 옛말과 같이
사랑하는 그대에게
나도 이 꽃을 바칩니다.
사랑하는 아디나여,
이 꽃을 받아 주오.
그리스신화에서 파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주라는 황금사과를 미의 여신인 비너스에게 바친것을 비유한 것이다.(그것 때문에 트로이전쟁이 발발했지만)
아디나, 쟈네타와 모든 여인들이 감탄한다.
너무 멋지고 씩씩한 모습에 모두 반하고 만다.
한편에서 분개하며 탄식하는 네모리노와 상관없이 벨꼬레는 계속해서 아디나를 유혹한다.
벨코레
나도 이젠 알 수 있겠네.
그대의 마음이 나에게 쏠린 것은
놀랄 일은 아니오.
이 훌륭한 군모를 보고
반하지 않은 여자는 없었소.
정말 없소.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도
군인에겐 못 견디오.
미의 여신 비너스는 지아비인 헤파이스토스 몰래 전쟁의 신 마르스와 바람을 피운다.
이를 비유한 말이다.
아 불쌍한 네모리노 어떻게 이 난국을 이겨내고 사랑하는 아디나를 차지할 수 있을까?
벨꼬레는 네모리노와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네모리노는 아디나를 사랑하지만 속만 태우고 있다.
멀리서 아디나를 바라보며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아디나가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좁은 마을에서 네모리노가 아디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디나가 모를 리는 없다.
그러나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는데.
벨꼬레는 아디나를 만나자마자 아디나에게 구애를 하고 바로 청혼을 한다.
청혼하는 순간 이미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여자를 다루어 본 솜씨로 여자의 눈빛과 태도를 보면 벌써 여자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아디나외에는 어떤 여자도 사랑해 보지도 않았고 그럴 마음도 없는 순박한 네모리노
어떻게 여자를 다루어야 할 줄도 모른다.
벨꼬레
나와 같이, 언제 당신도
나에게 그대 사랑 주시려오?
빨리 말해 주오,
언제 우리 결혼할 것인지?
아디나는 벨꼬레의 씩씩하고 멋진 외모에 반해버리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다.
그 모습에 네모리노는 아디나가 승낙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한다.
벨꼬레는 시간이 없다고 당장 결혼하자고 하고
아디나는 나는 그렇게 쉽게 넘어가는 여자는 아니라고 하고
네모리노는 큐피드가 자기에게 저 사람의 용기중 일부만 주었더라도 자기의 마음을 아디나에게 전하련만---라고 하며 삼중창을 부른다
이 삼중창이 있기 전까지는 이미 게임이 끝난 것처럼 여겨지겠지만
이 삼중창을 통해 치열한 사랑의 공방전이 일어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더구나 짧은 삼중창의 후미에 합창까지 어우러져 마치 중간 클라이맥스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져 그 사랑의 공방전에 많은 사람들이 관여될 것은 암시하며 마지막에 아디나의 고음으로 끝나므로 그 중심에 아디나가 있고 결국 아디나의 결단으로 이 사랑의 공방전이 끝날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어 농부들은 다시 일을 시작하고 군인들은 숙박권을 얻어 퇴장한다.
네모리노는 남아 아디나와 둘만 남는다.
네모리노는 용기를 얻어 아디나에게 구애를 하려고 하지만
아디나는 귀찮아 한다
아디나
오, 귀찮은 소리 이제 그만 해요.
시내로 가서
당신의 아저씨나 만나 보세요.
병이 참 심하다는 소문이던데.
네모리노의 삼촌은 약국을 한다. 중병이라서 매위 위중한 상태이다.
네모리노
나의 병에 비하면 그까짓 것쯤
아무 것도 아니야.
여길 떠날 수는 없어요.
하긴 상사병도 큰 병중에 하나이다.
아디나
그가 죽는다면
유산을 못 받지 않아요?
네모리노
난 상관 없어요.
아디나
돈 한 푼 없이 굶어죽게 된다면.
네모리노
사랑을 잃을 바에는 차라리 죽겠어요.
네모리노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다는 심정이다
그런 네모리노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저 군인처럼 나의 마음을 끌지는 못한다고 설득한다.
진정 당신의 사랑을 얻을 수 없는 이유를 묻는 네모리노를 설득하는 아디나의 노래 속에 진실어린 대답이 들어 있다.
정말 서정적이고 차분하고 설득력있는 노래이다.
아디나
다정한 바람에 물어보세요.
어째서 쉴새없이
꽃에서 꽃으로 날아다니기만 하는가 하고.
그는 대답을 하죠.
그 여잔 변덕이 많고
진실도, 정도 없는 여자라고요.
이 노래를 들으면 오히려 아디나를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설명을 들은 네모리노는 절대로 포기 못한다고 대답한다.
왜냐고 묻는 아디나에게 설명하는 네모리노의 노래는 매우 철학적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또한 아디나의 마음도 조금은 움직일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모리노
왜라니! 왜!
시냇물에게 물어봐요.
어떻게 고향 산천을 등지고
넓은 바다 속으로만
흘러가는가 하고.
그는 대답을 하겠죠.
자기도 모를 힘에 끌려 간다고.
얼마나 멋진 대답인가!
네모리노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아디나의 태도는 분명하다.
이미 벨꼬레에게 마음을 뺏긴 아디나이다.
아디나
뭘 원하죠?
네모리노
시냇물과 같이
당신 뒤를 따라서 죽는 것.
아디나
다른 사랑 구해 보세요.
변치 않는 사랑이란
어리석기 한이 없는 사랑이예요.
네모리노
아!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그대 생각 뿐이라오.
아무리 잊으려 해도
그대 모습 언제까지나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요.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벨꼬레가 나타남으로 네모리노는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아디나에게 자신의 진심어린 마음을 말하게 되었다.
이제 아디나는 선택의 기로에 있게 된다.
기품있고 씩씩한 군인이냐
아니면
이 순박하고 가난하지만 진심어린 네모리노냐
네모리노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네모리노가 어떻게 역전시키는가가 문제이다.
오페라에서 테너는 항상 머리는 없고 가슴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뒤전후상황은 생각핮디 않고 마치 불꽃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사랑에 대해서는 뜨거운 열정만이 있을 뿐이다.
반대로 바리톤은 매우 계산적이고 현실적이고 교활하기도 하다.
그런데 희가극에서 베이스역할은 무엇인가?
바소 부파라는 말이 있다.(바소라는 말은 베이스, 부파는 희극적이라는 말이다)
베이스의 역할은 그 오페라를 희극적으로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랑의 묘약에서 둘까마라라는 약장사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갑자기 트럼펫소리와 함께 황금마차를 타고 요란한 복장을 한 신사가 나타난다.
약장사 둘까마라이다.
산골마을에 때마춰 약장수가 등장하여 동네를 들뜨게 만든다.
내가 어린 시절 동네에 엿장수만 들어와도 동네가 시끌시끌하고 엿장수에게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곤했다.
둘카마라
조용히, 조용히 들으시오.
벌써 잘 아시겠지만
나로 말하자면
위대한 의사 선생님이오.
무엇이든지 고치는
척척 박사입니다.
그 이름이 바로 둘카마라입니다.
그 비결과 명성은
온 천하에 퍼져서
나를 모르는 자는 흠.. 흠.. 하나도 없소.
전 인류의 은인이요,
만병을 치료하는 의사요.
불과 며칠 동안에
모든 병자를 낫게 하며
온 세계의 인류를 위해
건강을 팔고 다니죠.
이런 특별하고
훌륭한 신비로운 비법으로 만든
이 훌륭한 약으로
열 명의 손자를 가진 할아버지가 되었소.
저기 계신 아주머니,
젊어질 생각 없소?
저 주름살을 펴 드리죠.
저 아가씨들에겐
미녀를 부드럽게 하는
이 약을 드립니다.
젊은이들은
기운이 솟는 이 약을 아시오?
이 신비한 약을 사 가시오.
아주 싸구려요.
기운들을 내시오.
젊은이도 과부도
이 약을 써 보시오.
아주 쌉니다.
가슴앓이
10명에서 20명의 손자를
갖게 되었소.
이 놀라운 물약은
단 일주일 만에
과부들의 눈물과
한숨을 걷어 주었소.
속병에다
냉이 있는 사람들,
기침, 재채기,
히스테리, 광증에다
지랄병도
모두 모두 고칩니다.
간장이 나쁜 분들,
심장이 약한 사람,
탈이 난 데도 즉효입니다.
부인병도 고칩니다.
또 이, 벼룩, 빈대에도
강력한 살충제입니다.
뚱뚱보, 말라깽이도
당장에 효과 있습니다.
어서들 오시오.
아주 쌉니다.
어서, 어서, 어린이들도
값이 쌉니다.
어서들 사세요.
얼마인가 계산을 하시겠지만
100 스쿠도? 아니.
30? 아니. 20? 아니.
어서들 오시오.
여러분들의 열렬한 보답으로
단돈! 1 스쿠도에 모십니다.
이렇게 훌륭한 약을
그 이하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 온 천하가 다 아는 사실.
그러나 나는
이 나라 태생이니
여러분들게 특별히 9 리라보다 싸게
3리라에 팔겠소.
3리라라니, 나에게 감사들 하시오.
내 직업은 의사인데 둘까마라의 약선전은 매우 인상적이다.
거의 200년전인데 이렇게 진단이 다양한데 놀랬다.
한국에서 공연될 때는 약값이 얼마에서 시작해서 얼마까지 내려가는가가 관심사중에 하나이었다.
내가 관람한 것중 가장 많이 내려 간 것은 만원에서 시작해서 5원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
여기서는 100스쿠도가 3리라까지 내려갔으니 200분의 1로 내려갔다.( 1 scudo= 6 lire)
한국에서는 1만원이 5원이 되었으니까 역시 200분의 1로 내려갔다.
불티나게 팔린다.
네모리노가 다가 온다
네모리노
트리스탄이 마셨다는
그 사랑의 묘약도
꺼내실 수 있을까요?
둘카마라
암! 뭐? 뭐라고 했지?
네모리노
말하자면
사랑을 깨워주는 묘약 말예요.
둘카마라
오! 암, 암, 내가 바로
그 약을 만든 장본인이지.
우리의 순박한 네모리노는 가진 돈 모두를 털어
사랑의 묘약을 산다.
사실은 포도주에 불과하다.
둘까마라는 효험이 나타나는데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도망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리고 당국에서 판매금지령이 내렸으니 절대 비밀로 해야 된다고 하면서
둘카마라
그래, 복받은 사람.
좋은 보물을 주었으니
내일이면 모든 여자는
자네에게.
네모리노
아, 선생님, 나는
한 여자만을 위해 마실 겁니다.
다른 여자를 위해서는
절대로 마시지 않겠습니다.
둘까마라는 내일이면 도망치리라며 노래하고 네모리노는 하느님이 박사님을 나에게 보냈어라며 희극적인 노래를 부른다.
사랑의 묘약을 차지한 네모리노는 과연 아디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사랑의 묘약을 보물단지처럼 안고 마음에 흡족한
네모리노.
효과가 100%라는데 자신감이 넘쳐있다.
왜 효과가 하루 지나서 나타나는지 몰라도
이제 하루만 지나면
아무리 콧대가 쎈 아디나라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드디오 사랑의 묘약의 뚜껑을 열었다.
마시기에 맛도 좋다.
한모금 한 모금 마시다 보니
어느새 다 마셨고
알딸딸하게 취했으니 기분이 만점이다.
취하고나니 배가 고파지자 빵과 사과를 먹는다.
혼자서 중얼거리며 흥겨워하는 모습을 발견한 아디나가 가까이 가 본다.
이를 알아챈 네모리노는
그녀에게 다가가려다가 다시 모른체 한다.
네모리노
시치미를 떼자.
나도 이제는
애원하지 말자.
내일이면... 나를
사랑하게 될 테니까.
아디나
모른 체 하네.
마음이 변했나!
네모리노
라 라, 라 라, 라 라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라라라.
그녀는 아직 날 사랑하지 않네.
라라라라.
네모리노의 라라라라쏭은 마치 승리를 다 얻은 것을 확실시되자 거드름피우며 부르는 귀엽기 짝이 없는 노래이다.
아디나
날 모른 체 하네.
그렇게 목을 메던 네모리노가 자기가 곁에 왔는데도 못 본 척하자 아디나는 당황하는 듯하다.
둘이서 서로의 감정을 이중창으로 주고 받으며 노래한다.
네모리노는 지금은 나를 비웃겠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자신에 찬 노래로
아디나는 어떻게하든 나로부터 사랑의 쇠사슬을 꾾으려고 노력해도 쉽게되지 않을거라고 노래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중창인가!
내용상으로는 서로 상반된 노래를 부르지만 화음으로는 둘이 일치한다.
그것으로 보아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거라는 음악적복선을 느낄 수 있다.
아디나는 네모리노를 갖고 놀고 싶어한다.
네모리노의 사랑을 무시하면서도 자기에게 목메는 네모리노의 모습을 즐기는 것이다.
어릴 때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무리 조심해도 위험한 것은 가깝게 두고 노는 것이 아니다.
어느 노파부부가 사는 집 천장에 쥐 한 마리가 있었다.
천장에서 얼마나 시끄럽게 돌아다니고 찍찍거리는지 두 노인네는
천장 위의 쥐를 잡아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떡을 만들어 떡 가운데 독약을 넣고 겉에다 참기름을 둠뿍 발랐다
“요놈의 쥐새끼 네가 안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모습을 천장에서 다 내려다 보고 있던 쥐는
“흥 내가 모를 줄 알고 속에 쥐약이 들어 있지.
절대로 안 먹는다 안 먹어”
노인네 부부는 천장 구멍 사이로 떡을 올려 놓았다.
쥐는 떡주위를 맴돌았다.
“내가 먹을 줄 알고 절대로 안 먹어
야 근데 냄새는 죽이는구만
그래 내 먹지는 않지만 냄새만 맡는다“
쥐는 독약이 들어 있는 떡 주위를 빙글빙글돌며 냄새만 즐겼다.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먹지는 말고 잠간 입에 물고만 있자. 절대로 먹으면 안 되지”
독약이 들어있는 떡을 물고 있던 쥐는 그 냄새에 침읓 질질 흘리고 말았다.
입에 고인 침을 삼키려다가 그만 떡이 목구멍을 넘어가 버린 것이다.
“애고 애고 큰 일 났다 내가 쥐약을 먹었네”
아디나가 쥐꼴이 되지 않을까?
아디나
(가까이 다가선다)
참 잘하셔. 내가 가르쳐 준 것 그대로 하시는군.
네모리노
정말이야.
지금 실행 중이죠.
아디나
날 이제 사랑하지 않나요?
네모리노
잊으려 하고 있죠.
아디나
그전의 정열은?
네모리노
곧 식겠죠.
단 하루만 있으면
내 마음도 편해질 거예요.
아디나
정말? 잘 됐군요.
두고 보죠.
아디나
생각보다 힘들 거야.
잘 안 될 걸.
여자들은 이상한 면이 있다.
자기를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가
자기는 싫어서 냉정하게 대하다가
갑자기 그 남자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면 질투를 한다.
아디나는 약이 잔뜩 올랐다.
어떻게 다른 여자를 찾아 보라고 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자기를 잊을 수가 있는가!
약이 잔뜩 올라 있는데 벨꼬레가 나타난다.
아디나는 네모리노를 쳐다보며
벨꼬레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1주일내로 결혼하겠다고하자
네모리노는 더욱 신이 나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아디나
내가 결혼하는 게
저렇게도 신이 날까.
치미는 나의 분노,
참을 수가 없네.
네모리노
혼자 꿈꾸고만 있네.
내 수단도 모르고.
내일 아침이 되면
모든 것을 다 알게 될 거야.
그런데 갑자기 북소리가 나더니 전령이 전달되어 벨꼬레가 다음날 아침 떠나게 된다.
벨꼬레는 아디나에게 오늘 저녁 당장 결혼식을 올리자고 한다.
아디나가 쾌히 승낙하자 갑자기 네모리노는 새파랗게 안색이 바뀐다.
사랑의 묘약이 효험은 하루 걸리는데 야단이 났다.
네모리노가 어떻게 또 이 난국을 타개할 것인가.
네모리노는 혼이 나갔다.
24시간 후에 약효가 나온다고 거드름피우며 아디나에게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당신이 딴 여자를 찾아보라고 했던 것처럼 그러리라고 마음먹고 있다고 했는데 아디나가 오늘 당장 벨꼬레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난리가 난 것이다.
네모리노는 사정사정한다.
네모리노
내일까지만,
아디나, 오늘은 안 돼요.
내일까지만 기다려 줘요.
내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아 줘요.
그 까닭은 말 못하지만
내일이면 알게 될 테니
내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아요.
벨꼬레가 옆에서 죽여버리겠다고하나
네모리노는 벨꼬레에게는 신경도 안 쓴다.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태도에 더욱 냉소적이다.
아디나
(독백)
그를 좀 골려줘야겠어.
고통도 주고 내 발 아래 무릎 꿇도록 해야지.
아마 아디나도 네모리노가 라라라송을 부를 때 적지 않게 자존심이 상했고 그에 대한 앙갚음을 하겠다고 한 것 같다.
네모리노의 끈질긴 사정에 주위사람들이 감탄한다.
그러면서 아디나의 표정을 살피니 아디나도 그렇게 벨꼬레에게 깊이 빠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드디어 마을 사람 모두가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
네모리노는 애가 탔다.
이제 한두 시간이면 아디나를 영원히 뺏기고 만다.
아디나의 저택 한 편에 결혼식연회를 위한 음식이 준비되었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약장수 둘까마라도 왔다.
약장수 둘까마라는 축하노래를 부르겠다고 신부와 함께 이중창 뱃노래를 하겠다고 한다.
돈 많은 귀족과 처녀 뱃사공에 대한 사랑이야기다.
귀엽고 코믹한 노래인데 아디나는 벨꼬레와는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암시가 들어 있다.
둘카마라
나는 부자, 그대는 미인.
나는 돈을 가졌고 그대는 매력을 지녔소.
어찌 나를 거절하나?
내게 무엇이 부족한가?
아디나
더없이 고맙네요.
나는 천한 뱃사공,
내게 맞는 젊은이와
나는 사랑할 거예요.
둘카마라
부끄러워 하지 말고
나를 행복하게 해 주시오.
아디나
각하 나리, 신분이 너무 달라서
나는 맞지 않아요.
둘카마라
조용, 조용.
귀여운 뱃사공 아가씨,
사랑보다 돈이오.
사랑은 곧 사라지고
돈은 오래 남지요.
아디나
귀한 분께
사랑받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지만
내게 맞는 젊은이와 결혼하겠어요.
드디어 공증인이 오고 결혼식준비가 완벽하게 되었다.
그런데 결혼식의 악세사리인 네모리노가 보이지 않는다.
네모리노가 없으면 복수가 안 된다고 생각한 아디나는
결혼식은 돌연 오는 밤으로 연기시킨다.
한편 공증인이 결혼식장으로 가는 모습을 본 네모리노는 절망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결혼식연회장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둘까마라를 만나
당장 효과가 나는 사랑의 묘약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당장 사서 먹으려하니 돈이 없다.
우연히 풀이 죽어 있는 두 남자가 만난다.
한 남자는 사랑의 묘약을 구하려하나 돈이 없어서.
한 남자는 결혼식직전에 아무런 이유 없이 신부가 밤으로 결혼식을 연기해서.
벨꼬레는 돈이 없이 풀이 죽어 있는 네모리노에게 군대에 입대하면 20스쿠디가 생긴다고 한다.
은화 20냥이면 아디나의 사랑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네모리노는 정든 고향을 떠나는 것이 슬프지만 지금 그런것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아디나가 결혼식을 연기한 것이 네모리노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벨꼬레는 이 놈의 네모리노를 군대로 보내면 연적이 없어질거라고 생각하여 둘의 합의는 쉽게 이루어지고 네모리노는 쉽게 사인을 하고 20스쿠디를 받아 둘까마라를 찾아가서 사랑의 묘약을 사서 마신다.
이제는 틀림없이 아디나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한 네모리노에게 갑자기 약발이 오르기 시작한다.
네모리노가 모르게 소문이 났다.
그동안 중병을 앓고 있던 삼촌이 막대한 유산을 네모리노에게 남기고 사망하였다는 소문이다.
지안네타, 마을 처녀들
네모리노는 백만장자.
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
그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은
제일 행복하네.
조용해야 해, 한 마디도 해서는 안 돼.
네모리노
신비한 묘약을
마음껏 마셨으니
선생님 말대로라면
어떤 미인이든지
다 내게 반하게 돼 있어.
내 마음에 간직한 소망이
다시 되살아나네.
그 약의 효력이 느껴지네.
마을 처녀들
그는 아직까지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있네.
갑자기 동네 아가씨들이 네모리노에게 구애들을 한다.
네모리노는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이를 본 둘까마라는 깜짝 놀라며
내가 만든 약때문이라고 거들먹거린다.
이 광경을 보던 아디나가
둘까마라에게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군대에 자원하고 돈을 받아 사랑의 묘약을 사서 마셨다는 말을 듣고
“아 얼마나 깊은 사랑인가!”
라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이제 게임은끝다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를 듣고 있던 둘까마라는 이 아가씨도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고 생각하고 사랑의 묘약을 팔려고 한다.
아디나는 자신의 미모가 곧 사랑의 묘약이라고 말한다.
아디나
매력에 넘친 눈길과
부드러운 미소에는
목석같은 사내들도
모두 나에게 잡히면
항복하고 말 것을
나는 잘 알지요.
네모리노도
날 피하지 못할 거예요.
내 얼굴이 바로 묘약,
매력에 넘친 나의 눈.
둘까마라도 아디나의 말에 동의 한다.
네모리노의 순박하고 진실된 사랑에 눈물 흘리는 아디나를 보고
네모리노는 그 유명한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른다.
전혀 이 오페라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아주 눈물나도록 아름답고 고귀한 사랑의 노래다.
네모리노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
그대의 눈 속에도.
나는 보았네.
또 무엇을 원하리.
진정 그대는 날 사랑하고 있네.
그대 마음의 고동 소리
나에게 들리고
뜨거운 사랑의 한숨
서로 맺어진다오.
그대 사랑 내 맘에 느껴요.
우리의 사랑 맺어진다네.
나의 큰 소망은 이루어졌다네.
아, 과연
마음 속에 싹튼
그대의 사랑이
그대의 얼굴에
황홀한 아름다움을
가져다 주었네.
사랑의 고백을 기다려 보자.
이 아리아를 끝나면 으레히 우레같은 박수가 나온다.
이어서 아디나의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아리아가 이어진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종종 연주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아디나가 벨꼬레로부터 다시 입대지원서를 취소시키고 가져와 네모리노에게 주면서 부르는 아리아다
“자 받으세요 당신은 이제 자유에요
정든 고향을 떠나지 마세요
고통과 슬픔은 이제 없을 거예요
모든 사람이 당신을 좋아 하잖아요
안녕”
라며 뒤돌아 선다.
네모리노는 자기에게 사랑을 고백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기다렸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냐고 묻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하는 아디나에게 입대 취소 문서를 집어 던지며
사랑을 얻지 못 할 바엔 차라리 군대가서 전쟁터에서 죽는게 낫다고 소리치는 네모리노에게
몸을 던지며 아디나는
아디나
아! 솔직한 당신 마음.
못 가요. 못 가요.
말할께요.
당신은 내 사랑이예요.
나의 잘못을 빌고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요.
영원히 사랑해요
라며 외친다.
네모리노는 너무 놀라며 황홀한 기쁨을 숨길 수가 없다.
이어 등장한 벨꼬레는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서는
벨코레
뭐야.
그에게 맹세를. 미쳤어.
저 망할 것!
세상에 여자가
너만 있는 건 아니야.
무진장 있다. 걱정 안 한다.
이어서 아디나와 네모리노는 막대한 유산상속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둘까마라의 사랑의 묘약은 날개 돋힌듯이 팔리며 많은 동네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마을을 떠난다.
그동안 읽어주고 성원해 주신 여러분께 사랑의 묘약을 거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