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여제-정명훈 ‘건반 데이트’
내달 9일 세종문화회관 오는 4월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서울시향과의 협연 무대 1부에서, 오프닝으로 나란히 한 대의 피아노에 앉아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4, 5번을 연탄(連彈)한다. 지휘자와 협연자가 협연에 앞서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다.
아르헤리치는 슈만 피아노협주곡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릴 만하다. 지금까지 공식 무대에서 연주한 횟수만 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며 클라우스 텐슈테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리카르도 샤이 등 유명 지휘자들과 함께 녹음한 음반만 8종에 이른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도 지난 2001년 호흡을 맞췄으며 이 역시 도이치 그라모폰 프랑스에서 음반으로 출시됐다. 아르헤리치의 올해 나이는 69세다. 20세기를 풍미했던 피아노의 거장들 대부분이 세상을 떠난 지금,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중에서는 가장 윗세대인 셈이다. 늦게까지 활동했던 피아니스트들도 70대에 접어들면 공식 무대에서 은퇴하고 더이상 해외 투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릴 때,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한국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얼마 안 남았을지 모른다. 한편 정명훈은 아르헤리치와의 협연을 마친 뒤 2부에 서울시향을 이끌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Pathetique)’을 연주한다. ‘비창’은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교향곡 중에서 최고의 예술성을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다. 차이코프스키는 1893년 10월 28일 자신의 지휘로 이 곡을 초연한 지 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10/03/29/201003290135.as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