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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 정경화 (2010.05.04) 예술의 전당

마리안나 2010. 5. 6. 17:39

 

클릭시 원래 사이즈로 보실수 있습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정경화 협연
 

프로그램 정보

베토벤 - 코리올란 서곡

브람스 -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 - 교향곡 4번 
 
출연 및 작가소개
* Conductor /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Vladimir Ashkenazy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는 1937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하여 명피아니스트인 레프 오보린에게 사사했다. 이듬해인 1956년 벨기에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 출장하여 당당히 1위로 우승하였고, 이로 인한 연주회에서 경이적인 성공을 거둔다.
1970년부터 지휘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으며,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수석 객원 지휘),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음악감독),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수석 객원 지휘자), 베를린 독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상임 지휘자 및 음악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는 오랜 관계를 지속해왔으며 2000년에는 명예지휘자로 임명 받았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체코 필하모닉, NHK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4차례 지휘자로 내한하였다.

* Violinist / 정경화 Chung Kyung Wha

1948년 3월 26일 서울 태생으로 5세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9세에 서울시향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11세 서울음대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1961년 줄리어드 음악원에 입학해 이반 갈라미언을 사사했다. 2007년 9월부터 모교 줄리어드 음대에 교수로 초빙되어 활동 중이다.
 

 

바이올린 여제’ 복귀무대 감동 그자체
피겨 스케이팅을 잘 몰라도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면 탁월하게 잘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려운 동작도 힘들이지 않고 여유있게 넘어간다. 클래식이라고 다를까. 지난 4일 ‘바이올린 여제(女帝)’의 복귀 무대가 딱 그랬다. 그 어렵다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일말의 ‘안간힘’조차 없이 소화해냈다.
▲ 5년간의 공백기를 거치며 예술가로서 더 성장했다는 정경화.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마친 뒤 관객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3)가 5년만에 다시 무대에 선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감동 삼매경 그 자체였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지휘의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정경화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었다. 2005년 9월 왼손 네 번째 손가락 부상으로 후진 양성에만 몰두해온 그였기에,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았지만 기우(杞憂)였다.

연주가 끝나자 합창석까지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근래 보기 드문 환호를 쏟아냈다. 곳곳에서 “브라보”를 외쳤고, 관객의 절반 이상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다섯 차례의 커튼콜 끝에 정경화는 브람스의 협주곡 3악장을 한 번 더 들려줬다. 그래도 관객의 열기가 식지 않자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를 선사했다. 정경화는 손으로 큰 하트를 그리며 객석의 갈채에 화답했다.

정경화는 연주 스타일이 급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0년대 후반까지 거친 운궁법(현악기에서 활을 다루는 법)과 열정적인 표현으로 ‘현의 마녀’란 별명을 얻었다면, 그 이후에는 아름다운 음색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본음악 평론가 노모토 이사오는 “정경화만큼 짧은 시간에 스타일을 변모시킨 바이올리니스트도 드물다.”면서 “초기 표현주의적 감정의 표출이 80년대 후반부터 완화되더니 바이올린으로 이 이상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다고 생각될 만큼 뛰어난 균정미(均整美)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경화의 이날 공연은 초기 연주에서나 들을 수 있던 격정적이고 날카로운 표현력이 돋보였다. 가늘게 떨려오는 특유의 음색은 오랜만에 맛보는 정경화표 테크닉이었다. 그렇다고 조바심은 없었다. 격정 속에서도 여유가 배어 나왔고, 음악성은 확신에 차 있었다.

공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경화는 “예전에는 테크닉에 얽매였지만 이젠 기교보다 깊이를 추구할 때”라며 “5년간의 공백기를 통해 예술가로서 더 성장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긴장 탓인지 도입부의 음량이 약간 위축됐고 오케스트라와 핀트가 어긋나기도 했다. 왼손도 예전만큼 탄력적이지 못해 음정이 더러 뭉개지는 모습을 보였다. 중후하고 풍만한 브람스를 원한 관객들에겐 아쉬움이 남았을 터. 정경화의 브람스는 날렵하고 날카로워 브람스의 심연(深淵)과는 거리가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예당 로비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김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