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작가는, 모호하고 다양하다 못해 난해한 대중문화의 탐구에서 출발하여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의 숨겨진 감성을 찾아내어 독특한 조형미로 승화시킨 작가이다.
그는 1998년 뉴욕의 School of Visual Art 졸업 후 점차 명료한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한다. 몇 회의 개인전을 통해 신작을 선보이자 곧 미술계에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스튜디오 작가로 선정되어 더욱 활발한 작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작품을 위한 주된 재료로 대중문화의 대표적 장르인 ‘영화필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는 필름을 이용한 정교한 작업(영화나 공연장면, 다큐멘터리, 오래된 흑백필름 등 이미 상영되었거나 용도 폐기된 다양한 종류의 필름을 한곳에 모아서 재조립)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킨다. 이때 활용된 영화필름의 이야기가 현대인의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고 연민과 낭만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와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고 그 사이에 숨겨져 있던 감성을 재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필름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에 작가의 감정과 상념이 깊게 내재되어 영화의 대중적 맥락이 아닌 깊은 미적 언어를 표현해 내는 독창적 방법으로 제작해내고 있다.
작가 김범수의 작품은 일종의 스테인드 글라스(stained glass)로, 어둠이 더해 갈수록 더욱 눈부시게 환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광휘가 압권이다. 따라서 작가에게는 작품이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까지 무엇보다 빛과 공간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나의 작품 속에는 다양한 역사와 배경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정지된 상태에서 존재한다. 35, 16, 8mm 속의 각각의 집약된 기억들은 시간과 공간을 통하여 새로운 미적 언어로 확장되며, 그 내용들은 나와의 교감을 통하여 재편집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하여 나의 언어 안에 새로운 영역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숨겨진 감성을 찾으려 한다.” (작가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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