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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의 말러 시리즈 - 1/ 말러,교향곡 2번 "부활" (2010.08.26)예당

마리안나 2010. 8. 27. 14:29
 

  

 

일시:2010.8.26(목) 20:00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정명훈 Myung-Whun Chung , Conductor

협연: 이명주(소프라노),페트라 랑(메조 소프라노)

       Myung-Joo Lee,Soprano: Petra Lang.Mezzo-Soprano

 

프로그램: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Resurrection)

 

말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이 2년에 걸쳐 말러 전곡

대장정을 시작하는 첫 프로그램이며 그 첫번째 무대는 "부활"교향곡입니다.

"말러를 지휘하기 위해 지휘자가 되었다"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뜨거운 혼을 만나십시요.

리카르도 샤이,피에르 블레즈등과 동곡을 녹음한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페트라 랑이

깊은 목소리로 부르는 원광(Uricht)은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mahler
교향곡 2번
곡명교향곡 2번
작곡가말러

말러, 교향곡 2번 c단조“부활”

 

글 :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말러의 두 번째 교향곡은 일명 ‘부활 교향곡’이라 불린다. 이 명칭은 종악장에 나오는 합창의 텍스트로 클롭슈토크(18세기 독일의 시인)의‘부활 찬가’가 사용된 데 기인한다. 그런데‘부활’이라는 단어는 다분히 기독교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그리고 자연스레 형이상학적 사유를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은‘예수의 부활’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러의 <부활 교향곡>도 종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특히 종악장에서‘영생에 대한 신의 약속’과 그 약속에 기댄 인간의 ‘초월을 향한 의지’가 노래될 때 선명히 주목받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부활’이란 일상적인 수사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죽음’과‘부활’을 반복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말러는 이 작품에서 바로 그러한 인류 보편의 화두를 다루고자 했던 것이다.
<부활 교향곡>은 말러로서는 드물게 오랜 시일을 소요한 노작이다. 말러가 이 곡에 착수한 것은 라이프치히에서 지휘자로 일하던 1888년 초였는데, 완성한 것은 부다페스트를 거쳐 함부르크 가극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인 1894년 말의 일이었다. 1888년에 말러는 일단 제1악장의 원형인 <장례식 Totenfeier>이라는 제목의 교향시를 작곡했다. 그러나 후속 작업이 재개된 것은 1893년 여름에 가서였다. 지연의 사유로는 지휘자 업무를 수행하느라 바빴던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 <장례식>이 존경하는 선배이자 유력한 후원자인 한스 폰 뷜로에게서 혹평을 받은 데 대한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교향곡의 완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도 한스 폰 뷜로였다. 말러는 1893년 여름에 슈타인바흐에서 제2·3·4악장을 빠른 속도로 작곡해 나갔는데, 이 가운데 제3·4악장에는 그 사이 작곡해 두었던 가곡집 <어린이 신기한 뿔피리>의 일부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그 직후 말러는 벽에 부닥치게 된다. 피날레의 합창 부분에 적합한 텍스트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강국면이 이어지던 어느 날 그는 얼마 전 타계한 뷜로를 기리는 추도식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소년 합창단이 노래한‘부활 찬가’를 듣고 영감을 받아 마침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말러는 전작인 <교향곡 제1번>에서 등장시켰던‘영웅’을 다시금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삶에 대한 거대한 투쟁’에서 패배하여 죽음에 이르렀다가 부활하기까지의 과정을 다섯 악장에 걸친 장엄한 음악적 드라마로 펼쳐 보였다.

 

제1악장 : 영웅의 죽음과 장례식_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때로는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는 투사이자 영웅이기를 꿈꾼다. 말러가 이 곡에서 내세운 주인공은 바로 그런 영웅,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은 빠르고 강렬하며 긴장된 표정의 제1주제에 투영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온화한 제2주제는 영웅에게 위안과 휴식을 제공하는 반려자의 이미지를 띠고 있다. 이 악장에서 주인공은 운명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그는 잠시 승리를 거두기도 하지만, 결국 패배하여 처절하게 쓰러진다. 반려자는 애도의 비가를 노래하고, 마지막엔 음산한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말러는 이 악장을 연주한 후 최소 5분 이상 휴식을 취하라고 지시했는데, 그동안 우리는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악장은 나의 첫 번째 교향곡의 영웅을 무덤에 묻고 그의 생애를 맑은 거울로, 말하자면 보다 높은 위치에서 비춰본 것이다. 동시에 이 악장은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왜 사는가? 어찌하여 당신은 고통받는가? 인생이란 단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농담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는 계속 살기를 원하든 죽기를 원하든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아울러 말러는 우리의 인생이 과연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묻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을 마지막 악장에서 제시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이후의 세 악장은 그 해답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단계라고 볼 수 있겠다.

 

제2악장 : 아름다웠던 지난 날_주인공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먼저 좋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르고,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이내 시간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버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솟아오른다,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사랑, 열정, 순수…. 그는 지금 자신의 처지에 씁쓸한 비애를 느낀다. 말러에 의하면 이 악장은 ’영웅의 일생에 잠시 비추었던 햇살이자 목가적인 간주곡’이다.

 

제3악장 : 악몽 같은 현실_이번에 주인공은 현실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얻은 것은 모순과 허위로 가득 찬 현실에 대한 실망과 회의, 그로 인한‘분노의 절규’뿐이다. 말러가‘몽환적이고 유령 같은 에피소드’라고 불렀던 이 기묘한 스케르초 악장은 말러 자신의 가곡-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두아의 성 안토니우스-을 관현악곡으로 개작한 것이다. 그 노래는‘성자가 교회에 가서 설교하려 했으나 사람이 없어서 물가로 갔더니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그것들을 모아놓고 설교를 했다, 성자는 훌륭한 설교를 했고 물고기들은 경청했지만, 설교가 끝나도 물고기들은 전혀 달라진 게 없더라.’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세계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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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악장 : 영원한 평안과 행복을 향한 갈망 (알토 독창)_이제 미련과 혐오에 지친 주인공은 태초의 빛, 지고지순한 구원의 빛을 부른다. “오, 붉은 장미여!”그리고 그는 인생의 고난을 토로하고 천국에 있고 싶은 소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천사는 그에게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는 계속해서 구원을 갈구하고, 음악은 은은한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간다. 이상을 향한 인간의 동경과 갈망을 절절하게 노래한 이 신비롭고 감명 깊은 악장도 앞선 악장처럼 말러 자신의 가곡집 <어린이 신기한 뿔피리>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만, 제3악장과는 달리 원곡을 그대로 전용한 점이 돋보인다.

 

제5악장 : 부활, 또는 일상으로의 복귀 (합창, 알토, 소프라노)_갑자기 저현부가 소용돌이치듯 솟구치고 관악부와 타악부에서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온다. 일견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의 종악장 도입부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앞서 스케르초 악장에서 나타났던‘분노의 절규’의 재현이다. 말러가 첫 악장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는 종악장은 이렇게, 인간을 겁박하고 엄습하는 현실에 대한 직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장장 30여 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장대한 악장의 주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제1부에서는 광야를 방황하며 번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갖가지 모티브들이 나열되는 장이다. 이어지는 제2부에서는‘심판의 날’의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진다. 무대 뒤에 배치된 브라스 밴드까지 가세하여‘대지가 떨고 무덤이 열리며, 죽은 자들이 일어나 최후의 심판대로 행진하는’모습을 오싹하게 묘파한다. 제3부에서 음악은 먼저 신비로운 고요 속으로 침잠해 간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완전한 정적 속에서 무반주 합창이 ’부활 찬가’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전체 8절로 이루어진‘부활의 합창’가운데 첫 두 절은 앞에서 언급한 클롭슈토크의 시를 차용한 것이고, 나머지 여섯 절은 말러의 창작이다. 그는 우리에게 영생에 대한‘신의 약속’에 의지하여 삶을 긍정하고 믿으라고 호소한다. 음악은 점진적으로 상승하며 우리에게 부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더 이상 두려워 말고 삶을 준비하라!’,‘ 나는 쟁취한 날개를 달고 드높이 날아오르리라!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라, 나의 마음이여!’숭고한 오르간 소리와 종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지며‘부활’을 축복하는 가운데  전곡이 마무리된다.


 리뷰]부활 향한 첫발…10분여 기립박수 화답

 

부활 향한 첫발…10분여 기립박수 화답

서울시향 말러 대장정 출발

한겨레  강태호 기자
» 서울시향 말러 대장정 출발
지휘자 정명훈(57)씨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대장정’이 시작됐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교향곡 제2번 ‘부활’> 연주회는 정명훈씨가 올해 탄생 150년, 내년 서거 100년을 맞는 구스타프 말러(1860~1911)에게 바치는 애정어린 헌정이었다. 그가 말러의 10개 교향곡 가운데 <제1번 ‘거인’> 대신 굳이 <제2번 ‘부활’>을 선택한 까닭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말러의 부활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던 것. 그는 종종 “말러를 연주하기 위해 지휘자가 됐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있던 2004~2005시즌에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며 유럽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프랑스의 <르 피가로> 등은 그의 연주회를 ‘음악계의 일대사건’으로 보도했다.

정명훈, 존경·애정담은 지휘
“힘든 곡…단원들 열심히해”

“2번 부활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악장에서 영웅이 죽지만 4악장과 5악장을 지나면서 그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곡 한 곡 모두 인생 전체를 표현한 드라마인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2번은 현세를 넘어 내세까지 표현했습니다.”

정명훈씨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고 싶어 2번을 말러 사이클의 첫 곡으로 선택했다”면서 “2005년 재단법인이 된 이후 다시 새로운 5년을 시작하는 서울시향과도 들어맞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삶과 죽음의 장대한 주제를 음악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125명의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그란데오페라합창단 등 네 개의 연합 합창단원 150명,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명주씨와 메조 소프라노 페트라 랑이 무대에 올랐다. 말러가 6년에 걸쳐 영웅의 죽음에서 부활로의 여정을 그린 다섯 악장이 한 시간 반 동안 거침없이 펼쳐졌고, 실황 녹음으로 담겨졌다.

특히 5악장에서 고통과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영웅의 의지가 18세기 독일의 시인 클롭슈토크의 ‘부활 찬가’에 부쳐서 숭고한 오르간 소리와 종소리와 함께 대합창으로 울려 퍼지면서 연주가 마무리되자 2500여명의 청중들은 10분 넘게 기립박수로 대장정의 감동적인 출발을 축하했다.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구스타프 말러>의 저자)씨는 “지휘자의 광대한 템포감, 시리즈 첫 공연의 부담감, 그리고 실황 녹음이라는 복잡한 변수 때문이었는지 전반 악장에서는 연주가 긴장되고 억제된 인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국내악단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말러를 들려주었다. 죽음의 묘사는 생생했고 피날레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합창단
내년말까지 전곡 연주 도전

정명훈씨도 “연주도 잘했고 레코딩도 잘 마쳐서 기쁘다. 말러 자체가 힘든 대곡이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한 것이 반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이었던 유럽 투어와 마찬가지로, ‘말러 시리즈’ 첫 공연 역시 한 단계 높은 레벨로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뜻깊은 공연이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시리즈는 한국에서는 지휘자 임헌정(57)씨와 부천 필하모닉에 이어 두번째 시도이다. 1999년부터 장장 5년에 걸친 부천 필의 말러 시리즈는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말러 신드롬’이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는 내년 12월까지 이어진다. 오는 10월7일 미국 오리건 심포니 음악감독을 지낸 미국 지휘자 제임스 드프리스트(74)가 서울시향을 이끌고 말러가 미완성으로 남긴 <교향곡 제10번>을 음악학자 데릭 쿡이 완성한 두 번째 버전으로 들려준다. 또 <제1번 ‘거인’>과 <제3번>이 정명훈씨의 지휘로 올해 연주되고, 2011년에는 <교향곡 제4, 5번, 6번 ‘비극적’>과 <제9번>, <제8번 ‘1000인의 교향곡’>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7번 ‘밤의 노래’> 연주는 젊은 여성 지휘자 성시연(34·서울시향 부지휘자)씨가 지휘봉을 잡는다.

정명훈씨에게 말러 시리즈에 대한 각오를 묻자 “무엇보다도 우리가 도전이 생길 때마다 잘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교향곡 ‘부활’의 연주로 앞으로 전 시리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게 웃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4375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