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그림 이야기

즐겁고 가까운 예술 - 줄리안 오피(Julian Opie

마리안나 2010. 8. 31. 12:14

 

     

누리의 미술이야기17  즐겁고 가까운 예술 줄리안 오피
① Graham, guitarist / Alex, bassist / Dave, drummer / Damon, singer (2000) Vinyl on wooden stretcher,   ② Shahnoza dancing in white dress (2007), LED double sided monolith, 238 x 133 x 62(base) cm   ③ Caterina dancing in jeans (2009), Vinyl on wooden stretcher, 260 x 202 cm
① Graham, guitarist / Alex, bassist / Dave, drummer / Damon, singer (2000) Vinyl on wooden stretcher,
② Shahnoza dancing in white dress (2007), LED double sided monolith, 238 x 133 x 62(base) cm
③ Caterina dancing in jeans (2009), Vinyl on wooden stretcher, 260 x 202 cm
 

영국 출신의 줄리안 오피 (1958~). 그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건 영국의 브릿팝 밴드 ‘블러(blur)’의 앨범 커버를 통해서다. 밴드 멤버의 얼굴을 최대한 단순화해 특징을 표현한 그의 작품은 무엇보다 경쾌했고, 새로운 스타일의 팝 아트를 보여주었다.
그는 인물의 복잡한 표정이나 움직임을 극도로 단순화한 선과 면을 통해 나타낸다. 작가의 지인 등 다양한 생김새를 가진 인물을 최대한 클로즈업해 몇 가지 선만으로 인물의 특징을 잡아내며, 둥근 머리와 굵고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진 전신상을 통해 인물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순한 선을 통해 양감을 최소화하는 대신 미묘한 움직임을 최대한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춤을 추는 모습, 어떠한 동작의 ‘순간' 을 그리는 데 지나는 것이 아니라 LCD 화면을 통해 실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작품의 이와 같은 특징들은 최근 인물을 일본 아니메와 같은 형식으로 묘사하는 등 점점 더 대중적인 소재와 매체를 사용하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내한했던 그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의 작업은 사진과 비디오 영상에서 얻은 이미지로 시작해서 컴퓨터를 이용해 단순화시킨 다음 회화, 조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출력한다.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모듈화함으로써 형태나 색채의 변형을 통해 무한대로 복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시대의 상품 생산방식과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점이 나의 작품을 가장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작품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 몇 개의 선과 모양만으로 완성된 인물 형상은 현대인의 익명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경쾌하고 친숙한 또 하나의 팝 아이콘이 된다.”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작품을 제시하고 있다’는 줄리안 오피의 이야기는 그의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줄리안 오피의 동시대성은 단순히 그의 작품세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아카이브를 구축하며 활동한다. 페인팅, 애니메이션, 글 등 가리지 않고 자신의 웹사이트에 담아놓는다. 모든 작품은 누구나 다 관람할 수 있으며, 캐릭터상품을 팔기도 하며, 월페이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게시했다. 앤디워홀이 무한한 자기복제를 통해 대중성을 획득하며 스타가 되었다면, 줄리안 오피는 스타로 변모한 예술가가 아닌, 스스로를 홍보하고 경영하는 새로운 유형의 아티스트를 보여준다.

필자는 음반커버를 통해 줄리안 오피의 작품을 알게 되었고, 이후 한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을 보면서 작품세계를 느낄 수 있었으며, 지금은 그의 웹사이트를 통해 언제든 원할 때마다 작품을 감상한다. 그는 관심만 있다면 누구든 자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물론 작품 원형을 보며 느끼는 아우라는 모니터 액정을 통해 보는 그 것과 비교할 수 없지만, 보고 싶거나 필요할 때 언제든 작품을 감상하고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현 시대의 흐름을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작가라 일컬어지는 그는 이제 예술의 새로운 소통방식을 제시한다. 예술이 얼마나 즐겁고 경쾌할 수 있는지,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
 
※ 줄리안 오피의 웹사이트: http://www.julianopie.com/
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 손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