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그림 이야기

수확하는 사람이 있는 밀밭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마리안나 2010. 11. 10. 21:19

 

누리의 미술이야기20  빈센트 반 고흐
  수확하는 사람이 있는 밀밭 (Wheatfield with Reaper)1889년, 캔버스에 유채, 74x92cm, 반 고흐 미술관 소장  
수확하는 사람이 있는 밀밭 (Wheatfield with Reaper)1889년, 캔버스에 유채, 74x92cm, 반 고흐 미술관 소장
 

위 작품은 고흐가 가난한 가난한 농부들의 삶에 감명을 받아, 추수하고 있는 농부의 경건한 노동을 담은 작품 ‘수확하는 사람이 있는 밀밭’ 이다. 이 작품은 처음 완성된 그림의 두 번째 버전으로 1889년 7월에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찾아온 발작으로 계획이 중단되었고 하반기가 되어서야 작업이 재개될 수 있었다. 한낮의 태양 아래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밀밭에서 낫을 들고 홀로 일하고 있는 농부를 묘사한 이 작품은 노란 밀이 화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들에서 수확을 하고 있는 농부가 들판의 일부로 녹아들어 있다. 더불어 수확기의 황금빛 밀밭의 색채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형태는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 고흐는 눈앞에 있는 대상을 정확하게 재현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표현하게 위해 내면의 빛을 찾고자 했으며, 그에 따라 색채를 더 자유롭게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반 고흐는 장 프랑수아 밀레(Jean Francois Millet)의 <씨 뿌리는=泳�(1850) 및 <이삭 줍는=㈏琯�이삭줍기>(1857)와 같은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아 농촌에서 행해지는 일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와 관련한 다수의 연작들을 그렸다. 농사는 대지에 대한 신의 은총을 가져오는 인간의 역할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데 이러한 개념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개념을 토대로한 낭만주의 운동의 기본 철학이기도 했지만, 반 고흐의 강한 신념의 중심이기도 했다.

 

반 고흐는 그의 동생 테오(Theo)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이러한 주제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농부는 일요일에 신사복 같은 것을 입고 교회에 갈 때보다 거친 옷을 입고 들판에서 일할 때가 더 아름답다.” 그리고 이 작품을 그리게 된 연유에 대해서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그때 나는 수확을 끝내려고 아주 열심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죽음의 이미지를 보았다. 그것은 그 사람이 베고 있는 밀이 인간이라는 의미에서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얼마 전에 그렸던 <씨 뿌리는=泳�(1888)과는 상반되는 그림이다. 그러나 이 죽음은 모든 것을 순수한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전혀 슬프지 않다.” 깊은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그의 이러한 말들은 작품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또한 반 고흐 자신에게 곧 다가올 죽음을 예견하는 듯하다.

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 최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