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 평단 호평 “비창, 템포조절로 특유의 극적효과”
유럽 투어를 앞둔 서울시향은 9일 정명훈 예술감독의 향취가 두드러지는 연주를 들려줬다.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대장정을 앞두고 ‘정명훈 스타일’로 제대로 차려입었다.
9일 서울시향의 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색깔과 향기가 분명한 연주를 펼쳐 보였다.
이날 공연은 19∼27일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유럽 4개국 투어를 앞두고 국내 팬들에게 투어 레퍼토리를
미리 선보이는 무대였다.
정 감독이 선택한 곡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들이
자주 연주하고 손꼽히는 명반도 많은 곡을 골랐다. 그 이유에 대해 정 감독은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탠더드 레퍼토리는 곧바로 비교가 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서울시향에는 그런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도전이 있으면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일면 성공한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날 연주를 통해 서울시향의 지휘자와 악단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한 단계 더 도약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향이 완전히 정명훈의 악기가 됐다”(음악평론가 류태형 씨·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지휘자가 직감적으로
요구하는 타이밍, 순간의 몰입을 단원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음악평론가 박제성 씨)
이날 ‘전람회의 그림’에서 서울시향은 전체적인 호흡이 살짝 흐트러지는 등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2부에 연주한 ‘비창’은 강렬한 흡인력으로 청중을 음악 속으로 끌어당겼다.
이 곡은 인생의 절망, 패배, 공포 등 인간의 감정을 긴장감 있고 섬세하게 그려내 차이콥스키 교향곡의
진수로 꼽힌다.
음악평론가 황장원 씨는 “곡의 흐름을 크게 잡는 정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비창과 잘 맞는다”면서 “템포를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세련되고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창에 흐르는 감정을 개성 있게 전달하려다 보면 자칫 얄팍해질 수 있는데 정 감독은 깊이 있게
그려내 유럽 관객들이 신선한 해석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태형 씨는 “비창 1, 4악장은 근래 보기 드문 명연이었다”면서 “검은색이 다 같은 게 아니듯 그 농담(濃淡)을
조절해 곡에 흐르는 강렬함과 비애가 광음 속 숲에
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 평단 호평 “비창, 템포조절로 특유의 극적효과”
유럽 투어를 앞둔 서울시향은 9일 정명훈 예술감독의 향취가 두드러지는 연주를 들려줬다.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대장정을 앞두고 ‘정명훈 스타일’로 제대로 차려입었다.
9일 서울시향의 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색깔과 향기가 분명한 연주를 펼쳐 보였다.
이날 공연은 19∼27일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유럽 4개국 투어를 앞두고 국내 팬들에게 투어 레퍼토리를
미리 선보이는 무대였다.
정 감독이 선택한 곡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들이
자주 연주하고 손꼽히는 명반도 많은 곡을 골랐다. 그 이유에 대해 정 감독은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탠더드 레퍼토리는 곧바로 비교가 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서울시향에는 그런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도전이 있으면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일면 성공한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날 연주를 통해 서울시향의 지휘자와 악단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한 단계 더 도약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향이 완전히 정명훈의 악기가 됐다”(음악평론가 류태형 씨·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지휘자가 직감적으로
요구하는 타이밍, 순간의 몰입을 단원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음악평론가 박제성 씨)
이날 ‘전람회의 그림’에서 서울시향은 전체적인 호흡이 살짝 흐트러지는 등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2부에 연주한 ‘비창’은 강렬한 흡인력으로 청중을 음악 속으로 끌어당겼다.
이 곡은 인생의 절망, 패배, 공포 등 인간의 감정을 긴장감 있고 섬세하게 그려내 차이콥스키 교향곡의
진수로 꼽힌다.
음악평론가 황장원 씨는 “곡의 흐름을 크게 잡는 정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비창과 잘 맞는다”면서 “템포를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세련되고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창에 흐르는 감정을 개성 있게 전달하려다 보면 자칫 얄팍해질 수 있는데 정 감독은 깊이 있게
그려내 유럽 관객들이 신선한 해석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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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바람처럼 지나갔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보통 더블베이스는 많아야 8대 정도가 쓰인다. 하지만 이날 정 감독은 10명의 더블베이스
주자를 무대에 세웠다. 박제성 씨는 “정 감독은 멜로디 라인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단단하면서도 육중한
저음역의 존재감이 충분히 드러나게 했다”면서 “비창 1악장 도입부에서 더블베이스의 진음(震音·트레몰로 기법으로
떨리는 듯 들리는 음) 위로 비올라의 서글픈 눈물이 떨어지게 한 것은 국내 악단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표현력”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의 여유도 돋보였다. 미소를 머금은 채 음악과 연주를 즐기고, 지휘자를 따라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런 집중력이라면 유럽 무대도 그리 높은 벽은 아닐 듯싶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