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산책(51):운명의 힘(3)|
나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돈카를로는 나에게 거의 매일같이 회복이 되었느냐고 물어 왔다. 나는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성의에 보답하여 이제 완전히 회복되었노라고 답변했다. 갑자기 그가 원수처럼 돌변하였다.
이제 완전히 회복되었으니 칼을 잡으라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나에게 그는 말했다.
자기는 나를 죽이기 위해 나를 추적해 온 돈카를로이며 모든 것을 다 밝히며 결투를 신청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인가. 어떻게 이 넓은 세상에 그를 여기 이국 땅 이탈리아에서 만나고 그와 의형제를 맺고 결국 그와 다시 결투를 벌이게 되다니 그는 내가 사랑했던 여인의 오빠 아닌가. 그의 아버지가 죽은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 라고 발버둥치며 이야기했지만 그의 집념은 대단했다. 그 아버지처럼 그 아버지는 나를 혼혈인이라고 무시했다. 감히 더러운 피를 가진 네가 고귀한 내 딸과 결혼하겠다니 말도 안된다며 나를 무시했다.
할 수 없이 우린 야반도주하기로 약속했는데 레오노라가 마지막에 아버지가 불쌍하다며 머뭇거리는 바람에 들켜서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데 돈카를로는 그런 우연의 힘을 인정하지 않고 운명적인 원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결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결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가 사랑하는 레오노라를 찾아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였다.
그 순간 나는 기뻤다. 레오노라가 살아 있다니 꿈만 같았다. 레오노라를 살리기 위해 결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본의는 아니다. 내가 죽든지 그가 죽든지 해야 이 운명은 끝이 난다. 결투를 벌이는데 순찰병에게 들킨다. 할 수 없이 결투를 못하고 나는 운명의 가혹함을 느껴 칼을 버리고 수도원으로 피해버렸다.
제4막 나는 라파엘신부가 되었다. 빈민을 구제하고 병든 자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되었다. 어차피 일그러진 내 인생 이 생명 다하여 불쌍한 자들에게 헌신하리라 마음먹으니 모든 빈민과 병든자의 아버지처럼 되었고 성스러운 기도로 내 운명을 맡겨버렸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잊고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이 한몸 다 바치겠노라 다짐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떻게 알았는지 돈카를로가 칼 두 자루를 가지고 찾아왔다. 운명의 결투를 청한다. 나는 그럴 수 없노라 했다. 나는 수도승이다. 칼을 들 수 없다. 그는 나의 뺨을 때린다. 조롱한다. 더러운 피가 흐르는 혼혈이라고 조상의 이름을 욕한다. 더 이상 참는 것은 조상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다. 우리는 뒷산으로 올라 갔다. 이곳은 수도원장 과르디아노신부가 절대로 접근금지 시킨 장소이다.
결투를 시작하자 마자 나는 카를로복부 깊이 칼을 넣은 나를 발견하였다. 아니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이럴수가 그녀의 오빠까지! 나는 그럴 마음은 없었다. 이건 그의 잘못이다. 아 어떻게 레오노라를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아 기구한 나의 운명이여! 아! 운명의 잔인함이여. 나는 누군가에게라도 죽어가는 돈카를로를 위해 그의 마지막 고백이라도 들어주고 기도해 줄 사람을 찾았다.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린다. 미친듯이 그곳으로 다가갔다. 노래하던 수녀가 놀라 동굴로 들어가 문을 잠군다. 나는 미친듯이 문을 두드린다. 죽어가는 한 사나이의 고백을 들어주기를 부탁하며. 이윽고 문이 열린다. 그런데 이게 웬일! 레오노라가 아닌가? 반가운 마음보다 미친듯이 당신의 오빠가 죽어가고 있다고 부르짖었다. 그녀가 돈카를로에게 다가가 끌어 안는다. 이때 돈 카를로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여동생 레오노라를 저주하며 칼로 찌른다. 아! 레오노라가 죽어간다. 과르디아노신부가 달려온다. 죽어가는 레오노라와 나 그리고 수도원장신부와 함께 "저주하지 말라"라는 3중창을 부르며 막이 내린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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