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성악의 영역

오페라 나부코의 한 장면(아비가일)
모처럼 오페라를 보러 갔는데 옆자리의 모르는 사람이 '저 소프라노 말입니다. 스핀토가 맞지요? 저는 수브레토인줄 알았어요'라고 말을 건네 온다면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우선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런가요? 저는 리릭으로 보았는데요'라고 대꾸 한다면 상대방은 더 신이 나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자 할 것이다. 그것이 귀찮으면 '그렇군요!'라고만 대답해도 좋을 것이다. 그나저나 오페라 성악가들의 음성이 어떤 형태의 것인지를 아는 것은 오페라 감상의 기본이라고 생각되므로 이에 대하여 간략히 일고해본다.
성악가의 음성형태(Voice varieties)는 기본적으로 6개 분야로 나눌수 있다. 오페라의 세계서는 보편적인 구분이다. 성악가 각자의 음성 형태를 분류하는 이유는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큰 참고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6개의 음성분류는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콘트랄토 (이상 여성이나 어린이), 테너, 바리톤, 베이스(이상 남성)이다. 실제로 오페라의 음성 영역에서는 Alto를 별도의 영역으로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다. 왜냐하면 Alto는 Mezzo Soprano 또는 Contralto의 영역에 포함할수 있기 때문이다. 성악의 영역을 음역에 따라 구분하는 것을 독일어로 Fach 라고 한다. 구역, 또는 비둘기 집이라는 뜻이다.

가면무도회의 한 장면(구스타프와 아멜리아)
그런데 실상 오페라 애호가들의 관심의 초점은 누가 어떤 음성분류에 들어가느냐는 것보다는 그 성악가가 자기의 음역에서 충실한 표현을 하느냐에 있다. 소프라노가 충분히 소프라노의 영역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지, 또는 메조소프라노인데 소프라노 영역의 노래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을 말한다.
성악의 음역은 크게 6 파트로 분류할수 있지만 각각의 음성은 그 음성이 지니고 있는 색채에 따라 또 다시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것을 음색이라고 한다. 각 파트의 음색은 대체로 서정적 음성(Lyric Voice)과 극적 음성(Dramatic Voice)으로 나눌수 있다. 서정적(리릭) 음성은 부드러우며 감미롭다. 그래서 듣기에 편하다. 극적(드라마틱) 음성은 힘차고 열정적이다. 드라마틱한 음성은 마치 강철과 같아서 오케스트라라는 철판을 뚫고 나갈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리릭과 드라마틱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페라 Singer를 ‘감미로운 소리의 드라마틱 테너’라고 한다거나 ‘강철과 같은 서정적 소프라노’라고 한다는 것은 어색한 표현이다.

'운명의 힘'의 한 장면. 레오노라.
작곡가들은 이 두가지 음색을 최대한 염두에 두면서 작곡을 한다. 영웅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때에는 Dramatic voice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다. 순정적인 주인공을 그릴 때에는 Lyric voice를 염두에 두고 작곡을 한다. 작곡자가 악보에 이 역은 Lyric이 맡아야 한다든지 또는 Dramatic이 맡아야 한다고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주인공이 오케스트라와 경쟁할수 있도록 작곡한다면 당연히 Dramatic voice가 맡아야 한다.
1. 소프라노
Soprano는 오페라에서 가장 하일라이트를 받는 여성 음성 분야이다. 오페라의 여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청순 가련형이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 구노의 ‘파우스트’에서 마르그레타, 푸치니의 ‘라 보엠’ 에서 미미를 보면 잘 알수 있다. 이러한 주인공들이 관중들로부터 충분한 동정과 갈채를 받는다면 그 오페라는 성공한 것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오페라 공연의 성패는 성악가에게 달려 있으며 그 중에서도 소프라노에게 달려 있다. 소프라노야는 가장 높은 음역의 노래를 부른다. 관중들이 바라는 것은 누가 인간이 낼수 있는 가장 높은 소리를 얼마나 완벽하게 낼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점은 앨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콘트랄토가 얼마나 낮은 소리를, 얼마나 완벽하게 낼수 있느냐는 것이 관점관심의 초점이다. 여성 성악가로서 인간이 낼수 있는 가장 높은 소리와 가장 낮은 소리를 어떻게 내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음과 중음, 저음의 영역을 어떻게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며 예술적으로 표현하느냐는 것이다.
1.1. 콜로라투라(Coloratura) 소프라노: 음악이 숨을 쉬는 하늘 세계에서 밝고 아름답게 지저귀는 종달새와 같이 가볍고 순수하며 기술적인 음성을 낼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소프라노 영역이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소리는 플류트와 같아서 높은 음도 손쉽게 낼수 있다. 실제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플륫과 함께 마치 한쪽이 다른 한쪽을 경쟁이라도 하듯이 듀엣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가장 유명한 콜로라투라 역할은 도니제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광란의 장면), 모차르트의 ‘마적’의 밤의 여왕을 들수 있다. 가장 유명한 콜로라투라는 미국의 Lily Pons, 호주의 Joan Sutherland, 미국의 Beverly Sills 등이다.

왼쪽으로부터 릴리 폰스, 조앤 서덜랜드, 비벌리 실스
1.2. 리릭(Lyric) 소프라노: 소프라노의 전형으로 가장 중요한 소프라노 음역이다. 작곡가들이 청순 가련하며 아름답고 젊은 여성을 그리고자하면 리릭 소프라노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 내면 된다. 그래서 대체로 모든 오페라의 여주인공은 리릭 소프라노이다.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의 주인공은 베르디의 춘희에서 비올레타, 푸치니의 라 보엠에서 미미, 구노의 파우스트에서 마르게리테등이다. 가장 유명한 리릭 소프라노는 이탈리아의 Mirella Freni, 미국의 Rene Fleming, 호주의 전설적인 Nellie Melba를 들수 있다.

왼쪽으로부터 넬리 멜바, 미렐라 프레니, 르네 플레밍
1.3. 수브레떼(Soubrettes) 소프라노: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 감칠맛 나는 유쾌함이 수브레떼의 특징이다. 눈치 빠르고 나긋나긋하며 매력적이기도 한 하녀와 같은 역할이 수브레떼이다. 휘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가 대표적이다. 미국 출신 흑인 Kathleen Battle과 Dawn Upshaw 가 유명하다.

왼쪽으로부터 캐틀린 배틀, 던 업셔
1.4. 스핀토(Spinto) 소프라노: 밀어낸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스핀게레(Spingere)에서 나온 단어이다. 그러나 이 부류에 속하는 소프라노는 실제로 음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리릭 소프라노보다 더 밀어붙이는 힘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스핀토 소프라노는 일반적으로 오래동안 고통을 감수하며 희생당하는 가련한 여인을 표현한다. 가장 오페라적인 작품을 소화할수 있어서 이른바 Diva로 추앙받는 소프라노는 모두 이에 속한다. 푸치니의 오페라 주인공들이 보편적이다. 푸치니의 나비부인, 토스카, 마농 레스코가 이에 속하며, 베르디의 아이다, 일 트로바토레와 ‘운명의 힘’중에서 레오노라가 이에 속한다. 이탈리아의 Renata Tebaldi, 스페인의 Montserrat Caballe, 그리스 출신의 Agnes Balcha, Leontyne Price, Rosa Ponselle, Maria Callas, Renata Tebaldi 등이 대표적이다.

왼쪽으로부터 마리아 칼라스, 몽세라 카바예, 레온타인 프라이스, 로사 폰셀레, 레나타 테발디
1.5. 독일 드라마틱(German dramatic) 소프라노: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방패와 창을 들고 있는 강인하고 영웅적인 모습의 여성 역할이 이에 속한다. 오페라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강타를 날릴수 있는 영역이다. 이들은 체력적으로도 탁월하므로 다른 소프라노 보다 몇 시간을 더 무대에 있어도 변함이 없다. 바그너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가 이들이다. 스웨덴의 Birgit Nielsson, 독일의 Kirsten Flagstad 등이 대표적이다.

왼쪽으로부터 비르기트 닐쓴, 키르스텐 플라그슈타드
2. 메조소프라노
메조라는 말은 이탈리아어에서 ‘중간’이란 뜻이다. 소프라노와 콘트랄토의 중간 음역이다.
2.1. 리릭(Lyric) 메조: 원래는 청년 남자 역할을 맡아 하기가 십상이다. 오페라에서는 바지역할(Trouser Roles)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춘기를 갓 지난 남성의 역할도 이에 속한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케루비노, 장미의 기사에서 옥타비안,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로지나, 라 체레넨톨라에서 안젤리카가 대표적이다. 대표적 리릭 메조로는 Christa Ludwig, Frederika von Stade를 들수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타 루드비히,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
2.2 드라마틱(Dramatic) 메조: 유혹적인 여인, 독살스런 여인, 마녀와 같은 여인의 역할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다정한 역할을 맡아하는 경우도 많다. 비제의 카르멘, 구노의 삼손과 델릴라에서 블레셋 여인 델릴라, 베르디의 일트로바토레에서 집시노파 아주체나, 베르디의 돈 카를로에서 에볼리 공주, 아이다에서 암네리스공주가 대표적이다. Agnes Baltsa, Fiorenza Cossotto, Grace Bumby, Delorah Zajic이 대표적 드라마틱 메조이다.

왼쪽으로부터 아그네스 발차, 피오렌차 코소토, 그레이스 범브리, 마리린 혼
3. 앨토
원래 Alto는 높다는 뜻이다. 소프라노 이외의 음역에서는 높은 음역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중간 음역, 또는 그보다 낮은 음역의 소프라노와 같이 취급한다. 그러므로 오페라 무대에서는 Alto 대신에 Contralto를 캐스팅한다. Bass 중에서도 가장 낮은 음역을 지닌 것을 Contrabass 하는 것처럼 Alto에서는 Contralto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