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머물고 싶었던 순간들
비오는 날의 방랑기 (2009.07.12) 임진각- 두지나루
마리안나
2009. 7. 12. 21:14
네시에 알람 소리를 듣고
다섯시 반에 배낭을 메고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전국이 장마권에 들고
내가 가려는 홍천의 어느계곡,강원도 호우주의보
미쳤다 !!
미쳤어 !!
아니 미치고 싶었다.
귓속에 이어폰을 깊숙히 넣었지만
빗소리 바람소리가 피아노 소리를 삼킨다.
잠이 덜깬 걸까
동작대교를 힘겹게 건너는 전철 창 너머
한강의 모습은 몽환적이다.
행선지가 변경됐다
자유로, 통일로를 달려 임진각으로 갔다.
벌겋게 수위가 올라가고 있는 임진강 건너 저쪽을 바라본다.
마침 자유의 다리를 경의선 열차가 건너가고 있었다.
이쯤이면 그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스칠만한데도
그저 쏟아붓는 빗줄기만 바라 볼 뿐이다.
하얗게 피어나고 있는 백련만 보고 있었다.
임진강엔
붉은 강물의 위협속에
불안하게 흔들리는 황포 돛배가 떠있었다
저 배를 타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