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클래식 노트

[스크랩] 슈베르트와 겨울나그네

마리안나 2008. 5. 17. 09:41

 

베토벤의 죽음은 슈베르트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였다. 아마도 자신의 죽음에 대한 통보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2월에 작곡을 시작하여 10월에 끝난 <겨울나그네>는 어둡고 슬픈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 모두 24곡의 젼작 리트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그가 작곡했던 어떤 리트보다도 감동적이다.

 

고독과 곤궁, 죽음에의 예감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시는 대가 괴테의 것이 아니라 호의적인 빌헬름 뮐러의 것이었다. 한편 뮐러의 시로 이미 슈베르트는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를 작곡한 바 있다. 그리고 뮐러는 이 음악가의 내적인 고통에 우애어린 공감으로 답하고 있다. 이 겨울 여행이 끝나면 죽음이 올 것이다. 곡 도처에서 그를 떠올리며 그로 귀결되고 있다. 이 의미심장한 연작 리트를 마무리 하고 있는 것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개만이 뒤를 쫒아다니며 짖어대는 거리의 악사 모습이다. 어둡고 적의를 품고 세상 일에 자포자기한 상태로 작업을 하던 한 예술가를 충실하게 빗대어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암울한 슬픔, 공허함, 미치도록 외로운 인상이 화성과 리듬의 대담한 결합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은 친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 곡들에게 나타나는 슈베르트는 이전의 '슈베르트의 밤(슈베르티아데)'모임에서 보여 준 친절과 자유로운 기질을 지닌 빈 사람으로서의 유머스럽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친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고독한 시간을 보낸 천사의 일그러진 얼굴이 나타난 것이다. 친구들이 이 곡을 이해할 수 없었고, 또 이해하는 데 주저했던 이유는 우정과 따스한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어떤 천재가 자신의 천재성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드러낼 때 우리들이 그와 함께하거나 한마음이 되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슈베르트는 이러한 진실을 스스로 냉혹하게 경험해야 했다. 1827년 가을, 그 밤 모임에서 친구들에게 <겨울 나그네>를 불러주었다. 요제프 폰 슈파운은 이날 밤 모임에서 슈베르트는 청자들로부터 이해 받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를 가장 아끼던 사람들에게서 느껴야 했던 이떄의 외로움은 얼마나 컸겠는가?

 

슈베르트는 한동안 어둡고 피로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질문에 "여러분은 곧 이 곡의 진실을 알게 될 겁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 "오늘 쇼버의 집으로 오게. 내가 이 연작 리트를 다시 들려주겠네. 자네의 말을 듣고 싶어 죽겠네. 자네들은 이 리트에 대해 어떤 작품들에서보다 혹독한 비판을 했으니 말일세." 그리하여 그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활기찬 목소로 <겨울나그네> 전 곡을 노래하였다. 이 리트들이 지니고 있는 어두운 분위기에 당황하고 있던 중에 쇼버가 "나는 이 곡을 가운데 마음에 드는 곡이 '보리수'밖에 없네."라는 결정적인 말을 하였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나는 내 어떤 리트보다도 이 곡들이 마음에 드네. 그리고 자네들도 역시 그렇게 될 걸세." 그가 옳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포글이 뛰어나게 노래하는 것을 듣고 곧 이 슬픈 리트에 열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독일 리트 가운데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곡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야 말로 진정한 '백조의 노래'이리라.

출처 : 슈베르트와 겨울나그네
글쓴이 : 제뉴어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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