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의 마스터피스 시리즈 -4 (2008.07.05) 예술의 전당
피아노 협연한 안겔리치 실물은 훨씬 나이들어 보였다.
지휘 ㅣ 정명훈 협연 ㅣ 니콜라스 안겔리치 (피아노)
프로그램
베토벤,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 장조, 작품 73 '황제' (40')
1. Allego
2. Adagio un poco mosso
3. Rondo Allegro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b단조, 작품 74 '비창 (45')
1. Adagio-Allegro non troppo- Andante -Moderato mosso
2. Allegro con grazio
3. Allegro molto vivace
4. Adagio lamentoso- Andante
루드비히 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플랫장조, 작품 73 '황제'
빈 사람들에게 1809년은 수난의 해였다. 그 해 오스트리아 국민군이 나폴레옹군대와 대결하게 되는데,얼마지나지 않아 대패를 당했고 급기야 프랑스군이 빈으로 진격해오는 사태를 맞게 된다.결국빈은 일주일 만에 함락당하고 말았다.
이 곡의 별명인 '황제'는 나폴레옹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 것이 아니다. 베토벤 자신이 지은 것도 아니라한다. 이 별명을 붙인 사람은 J.B. 크라머라는 출판업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이 작품이야말로 모든 피아노 협주곡들 가운데 황제의 자리를 차지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한다.
이 곡의 웅대한 스케일, 당당한 위풍, 화려한 색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제1악장> 관현악의 힘찬 으뜸화음 강타에 이어지는 피아노의 화려하고 당당항 카덴차 연주로 시작되는 이 악장은 약 20분에 갈친 장대한 규모를 자랑한다.선율은 강렬함과 유연함을 겸비한 리듬에 실려 힘차게 전개되고, 두 개의 행진곡풍 주제가 박력과 긴장감으로 충만한 흐름을 이끌어간다. 시종 세찬 폭풍과 같은 힘과 활화산 같은 도발로 점철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유려한 멋과 달콤한 맛을 풍기기도 하는 이 악장은 통상적인 독주 카덴차를 생략한 채 마무리된다.
<제2악장> 앞선악장과 사뭇 대조적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온화하게 이어지는 흐름 그리고 그 위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독주 피아노의 선율, 이 명상적이면서도 깊은 열정을 간직한 악장에는 숭고하고 성스러운 기운마저 서려있다.
<제3악장>춤곡풍의 주제는 마치 곡예를 펼치는 듯하며, 피아노와 관현악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협주곡 고유의 경쟁의 묘미와 돌파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박진감 만점의 멋진 악장이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b단조, 작품 74 '비창
1893년 초, 차이콥스키는 조카인 다비도프에게 편지를 한 통 쓴다.
"이번 여행 중에 나는 새로운 교향곡에 관한 구상을 얻었다. 그것은 표제가 있는 교향곡이며 그 표제는 수수께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물의를 빚을 것이다. 그 표제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며 나는 이 악장을 생각하면서 방황하고 수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편지에서 언급한 작품이 바로 그의 '백조의 노래'가 된 <비창 교향곡>이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된 공연은 실패로 돌아갔다.지나치게 암을한 악상과 '느린악장'으로 마무리되는 생경한 구성등이 청중에게 부담을 준 탓이었으리라,실망한 그는 동생인 모데스트와 오랜시간을 고심한 끝에 정해진 표제가 바로 '비창' 이었다.
이 '수수께끼 같은' 표제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여러 사연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극도로 내성적인데다가 신경질적이고 우울한 기질까지 타고났던 그의 병적인 성격에 실패한 사랑과 동성애 기질등 행복하지 못했던 사생활에 대한 회한이 중첩되어 이런 음악을 낳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아주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별히 나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 진정이 가장 깊이 담긴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작곡한 어느 음악보다 이 작품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자꾸만 나의 최후의 교향곡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마치 진혼곡을 작곡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는 데 대해서는 적잖이 당혹스럽다."
결국 초연 직후인 11월 6일, 차이콥스키는 삶을 접게 된다. 그로부터 12일 후에 전곡이 재연되었을 때 새롭게 붙은 '비창' 이라는 표제와 작곡자의 갑작스런 죽음이 전하는 형언하기 어려운 비애로 인해 연주장은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한다.
<제1악장> 바순이 음산한 선율을 내놓는 서주로 시작된다.잠시 후 주제부로 들어가면 템포가 빨라지면서 초조한 느낌의 제1주제가 나타나 긴박하게 전개되어간다. 그것이 일단락된 지점에서 감미로운 제2주제가 마술처럼 흘러나온다. 더없이 유려하지만 동시에 애절하기 그지없는 그 선율이 서서히 잦아들면 돌연 파괴적인 총주가 터져 나오며 전개부로 진입한다. 무시무시한 폭풍이 휘몰아치고 처절한 포효와 절규가 난무한다. 다분히 투쟁적이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그 기세는 차츰 가라앉고 마치 기도하는 것 같은 차분하고 애잔한 종교적 분위기 속에 악장이 마무리된다.
<제2악장> 러시아 민요에 자주 나오는 5/4박자로 진행되는 춤곡 악장이다. 더없이 부드럽고 우아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처연한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제3악장> 이 악장은 마치 스케르초와 행진곡을 합쳐놓은 듯하다. 야단스러운 조잘거림과 박력 넘치는 발걸음이 교대로 등장하다가 마지막에는 돌진하는듯한 열광적 분위기 속에서 곤두박질치듯 마무리된다.(* 여기서 박수를 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제4악장>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의 마지막 미련과 체념이랄까? 이 세상의 슬픔과 고뇌를 모두 짊어진 듯 고통스런 선율로 말문을 열고, 그 선율이 현에서 거듭 반복되며 점점 분위기를 고조시켜 간다. 중간에 감미로운 선율이 잠시 밝은 빛을 되찾는 듯하지만 이내 처음의 선율이 다시 나타나 한층 더 비감에 젖는다. 임종의 숨을 몰아쉬마지막엔 마치 듯 조용히 마무리된다. -s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