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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공연리뷰] "여름밤 수놓은 올스타 오케스트라"

마리안나 2008. 7. 31. 12:12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올스타 오케스트라의 주역은 역시 스타들이었다. 29일 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선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아시아필)는 아시아 정상급 음악인들로 구성된 일종의 올스타 오케스트라다. 여름 시즌에 잠시 만나 공연준비를 하는 만큼 정교한 합주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뛰어난 개인기를 무기로 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필은 단원 개개인의 기량이 잘 드러나는 말러의 교향곡 제 5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택해 전 세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뛰어난 기교를 과시했다. 또한 협주곡이 연주된 음악회 전반부에서는 좀 더 절제되고 실내악적인 사운드로 독주자들을 받쳐주는 노련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뛰어난 연주로 주목 받은 트럼펫 수석과 호른 수석, 그리고 안정감 있는 관악기군과 적극적인 표현이 돋보인 현악기군 모두 이번 공연의 스타였다.

음악회는 서곡 없이 곧바로 협주곡으로 시작했다. 첫 곡으로 연주된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가 모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독특한 편성의 작품으로 한·중·일의 세 음악가들이 함께 화음을 맞추기에 매우 적합한 작품이다. 아시아필을 이끌고 있는 정명훈은 이 곡에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며 음악을 이끌었고,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지모토와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 왕은 풍부하고 달콤한 사운드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협주곡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오케스트라는 독주 악기들을 반주하는 부분에서는 현악기군의 일부 연주자들만 연주에 참여해 세심하게 음량을 조절했다.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 반주부의 소리가 한 톤 낮아지면서 독주자들의 화려한 기교는 더욱 빛났다. 정명훈의 피아노가 흔들림 없는 리듬으로 음악적 흐름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가는 동안, 카지모토의 바이올린은 힘차고 충실한 톤으로 음악에 힘을 실었고 지안 왕은 섬세하면서도 유려한 첼로 연주로 감성적 터치를 더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준 한·중·일 음악가들의 화음은 아름다웠다.

말러의 교향곡 제 5번이 연주된 후반부에서 오케스트라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트럼펫 독주로 시작하는 1악장 도입부에서 압도적인 연주로 기선을 제압한 트럼펫 수석은 섬세한 약음(弱音)으로부터 찌르는 듯 자극적인 톤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음색을 구사하며 청중의 주목을 받았다. 또 트롬본 수석과 호른 수석 등 금관악기군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교향곡 1, 2악장의 비극적인 분위기는 더욱 힘을 발휘했다.

다만 다양한 선율들이 대위법적으로 얽혀있는 3악장의 앙상블이 많이 흔들리면서 한 시즌에 잠시 모여 호흡을 맞추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으나, 4악장에서 현악기군의 부드러운 벨벳 사운드와 영적 감흥을 담은 연주는 청중의 깊은 공감을 얻어냈다. 또한 5악장에서 저음성부를 강조한 입체 음향과 교향곡 마지막을 벅찬 감동으로 이끈 금관악기군의 황금빛 사운드는 인상적이었다.

지휘자 정명훈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감안한 듯 무리한 템포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때때로 수석 주자들에게 음악적 의사결정을 맡기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오케스트라의 에너지를 모아 강렬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며 말러 음악의 극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청중의 공감을 얻어냈다.

시종일관 흥분과 긴장으로 가득했던 교향곡 연주가 모두 끝나자 곳곳에 기립박수의 물결이 일었다. 지휘자가 트럼펫 주자와 호른 주자를 일으켜 세우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아시아필은 대곡을 연주한 피로감 때문이었는지 앙코르를 연주하지 않았지만, 말러 교향곡 연주를 통해 오케스트라 역시 스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시아필의 공연은 30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계속된다.

herena88@naver.com

(인천=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출처 : [공연리뷰] "여름밤 수놓은 올스타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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