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빛에 마음 베인다 / 이기철 저녁 빛에 마음 베인다 / 이기철 저 하루살이 떼들의 반란으로 하루는 저문다 나는 자주빛으로 물든 이런 저녁을 걸어본 적 있다 강물이 잃어버린 만큼의 추억의 책장 속으로 내가 그 저녁을 데리고 지날 때마다 낮은 음색의 고동을 불며 청춘의 몇 악장이 넘겨졌다 누가 맨 처음 고독의 .. 그룹명/애린 2013.06.19
눈처럼 고결한 축복의 시, 백석 탄생 100년 눈처럼 고결한 축복의 시, 백석 탄생 100년 평화 눈처럼 고결한 축복의 시, 백석 탄생 100년 미공개 시·산문 실린 문학전집 새로 나와 백석(사진) 선생님께. 선생님, 내세에서 평안하신지요. 요즘 한국 문단은 선생님의 문학을 재조명하느라 분주하답니다. 1912년 7월 1일 평안북도 정주 태.. 그룹명/애린 2012.06.23
때밀이 수건 / 최승호 때밀이 수건 / 최승호 살이 얼마나 질긴지 때밀이수건에 먼저 구멍이 났다. 무명(無明)은 또 얼마나 질긴지 돌비누 같은 경(經)으로 문질러도 무명(無明)에 거품 일지 않는다. 주일(主日)이면 꿍쳐둔 속옷 같은 죄들을 안고 멋진 옷차림으로 간편한 세탁기 같은 교회에 속죄하러 몰려가는 .. 그룹명/애린 2012.05.02
새처럼 앉다 / 임정옥 새처럼 앉다 / 임정옥 새처럼 앉다 / 임정옥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 강가 흰 모래톱에 앉아 있다 풍경이 된다는 것은 혼자가 되는 것 새는 무리에서 떨어져 앉았다 강은 팽팽하게 흘러가고 그 위로 낯선 새들의 이름이 푸른 포물선을 펼치며 날아갔다 강가엔 붉은 양산을 든 자운영 소풍 .. 그룹명/애린 2012.02.29
사리돈이 필요하다/ 김영희 사리돈이 필요하다/ 김영희 영양제 보다 진통제가 더 잘나간다는 민 약국 골목에 줄줄이 앉아있는 아낙들 절이고 말린 보따리 봉지봉지 펼쳐놓았다 촌두부 이천 원 청국장 이천 원 무말랭이 시래기 깻잎장아찌 삼천 원, 어디에선가 본 듯 손대중으로 담은 삶의 무게들이 고만고만.. 그룹명/애린 2012.02.05
<트리 오브 라이프> 우주의 존재들은 어떻게 펼쳐지고 모여지는가 율리시즈 <트리 오브 라이프> - 우주의 존재들은 어떻게 펼쳐지고 모여지는가 1. 프롤로그 -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일부이다 20세기 논리철학과 언어분석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철학자였던 오스트리아의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짧고도 함축적인 명제로 이루어.. 그룹명/애린 2011.11.29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 홍순영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홍순영 젖기 위해 태어나는 운명도 있다 누군가는 탈출하기 위해 자신의 뼈 하나쯤 예사로 부러뜨리며, 골목에 쓰러져있기도 하지만 뾰족이 날만 세우고 좀체 펴지지 않는 고집도 있다 그런 것은 십중팔구 뼈마디에서 붉은 진물을 흘리기 .. 그룹명/애린 2011.11.29
사리돈이 필요하다/ 김영희 사리돈이 필요하다/ 김영희 영양제 보다 진통제가 더 잘나간다는 민 약국 골목에 줄줄이 앉아있는 아낙들 절이고 말린 보따리 봉지봉지 펼쳐놓았다 촌두부 이천 원 청국장 이천 원 무말랭이 시래기 깻잎장아찌 삼천 원, 어디에선가 본 듯 손대중으로 담은 삶의 무게들이 고만고만.. 그룹명/애린 2011.11.29
우화의 강 / 마종기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 그룹명/애린 2011.10.17
뜨개질 / 金春順 뜨개질 / 金春順 뜨개질 金春順 오전의 보풀들을 뽑아 뜨개질을 한다 봄볕이라 해도 좋고 아니라 해도 좋고 코바늘 끝에 가끔씩 걸리는 기침 노인이라 해도 좋고 아니라 해도 좋고 아침에 시작된 뜨개질은 정오의 햇볕으로 넓어지고 문지방을 넘은 여러 겹 햇살의 둘레는 시계방향만큼 야위어간다. 안.. 그룹명/애린 2011.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