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
(L. v. Beethoven(1770-1827),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In D major, Op.61 (1806))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1806년에 작곡되었으며,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이 분야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명곡이다. 베토벤은 9편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수많은 실내악곡을 작곡했지만, 바이올린 협주곡으로서는 이 곡이 유일무이하다. 이 협주곡은 베토벤에게 있어서 바이올린 곡으로서는 앞서 ‘크로이처’를 포함한 9편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두 편의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로망스’를 총결산하는 의미의 곡이기도 하다.
이 협주곡은 불행하게도 첫 연주 이후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 곡이 초연된 것은 1806년이었는데 악보가 상연 전까지 완성되지 못한데다가 오케스트라가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었고 솔로를 맡은 클레멘트라는 명 바이올리니스트도 이 악보를 거의 처음 본 상태에서 연주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 등으로 초연이 실패로 끝나고 그 후 이 불후의 명곡은 기나긴 날 대중에게 잊혀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이 이 곡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곡은 베토벤이 사랑하는 여성과 약혼을 하면서 창작에 대한 열의가 최고로 높아졌을 때 만들어진 작품이라 한다. 즉 당시에 피아노 협주곡 제3번과 제4번,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과 ‘열정’ 그리고 교향곡 제5번 ‘운명’ 등이 연이어 나왔던 이른바 "걸작의 숲"이라고 불리는 시기에 이 곡이 함께 작곡된 것이다. 어쩌면 베토벤의 전생애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는 시기에 작곡된 이 곡에서는 평소 그의 작품 한 구석에 숙명처럼 머물고 있던 비극적인 그림자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불멸의 연인’이라는 영화도 있었지만, 베토벤을 이토록 행복하게 했던 여인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로맹 룰랑은 그의 책 ‘베토벤의 생애’에서 "이 '불별의 연인' 테레제와 1806년 5월에 약혼하고 그 기쁨을 가눌 길 없어 마침 쓰고 있던 교향곡 제5번(운명)을 중단한 채 제4번을 단숨에 작곡했고 이어 같은 해에 바이올린 협주곡도 완성했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학자들의 연구에서는 1806년은 베토벤의 생애 중 가장 행복한 한해였음에는 틀림이 없지만 연애 상대는 테레제가 아니고 그녀의 동생인 요제휘네였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베토벤의 ‘불멸의 여인’이 누구였는지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만약에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베토벤의 음악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협주곡은 그 당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크레멘토를 위하여 쓰여 졌다고 전해진다. 이 곡은 협주곡 이라기보다는 마치 교향곡과 같은 느낌이 드는 장대한 곡이다. 오케스트라의 장엄함과 바이올린의 아름답고 우아한 선율이 합쳐져 지극히 아름다운 협연을 이룬다. 이러한 교향곡풍의 협주곡은 나중에 브람스가 대성공을 거둔다. 이 곡에서는 협주곡의 시작을 알리는 팀파니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결론적으로 이곡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최대한 살아나면서 오케스트라와 잘 조화되도록 작곡된 것으로써 베토벤의 위대한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협주곡에서 제1악장의 제1주제는 부드러우며 평화롭고 웅대한 멜로디로 주어지고, 제2주제는 간단하면서도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주어진다. 제2악장에서는 그 선율이 부드럽고 아름답다. 특히 마지막에 아주 작아지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다. 제3악장은 론도 형식이며 웅장하고 장대하여 이 곡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평가된다. 이 협주곡은 전체적으로 음의 세기가 세어졌다가 약해졌다함이 계속 반복되어 지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한 낮은음에서 아주 높은음까지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반복되는 론도형식이기 때문에 경쾌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멜로디가 현악기로 연주되어 선율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그러한 멜로디가 계속 반복됨으로써 매우 깊은 인상이 남게 되는 곡이다. 이 곡은 의학적으로 피곤할 때 들으면 기분이 맑고 상쾌해 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 곡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가장 큰 특징은 氣品이라고 할 수 있다. 품격이 넘치는 장중하고 멋진 곡이다.
둘째, 풍부한 서정성이다. 이 곡에는 사랑을 느끼고 있는 남자가 아니면 쓰기 어려운 아름다운 정서가 깊이 배어 있다. 당시 사랑하던 여인에 대한 베토벤의 마음이 깊이 녹아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셋째, 장대함이다. 무려 45분 동안 연주되는 대곡이다. 당시의 협주곡으로는 보기 드물게 긴 작품의 하나이다.
넷째, 독주부의 뛰어난 기교를 들 수 있다. 베토벤은 "프란츠 클레멘트"라는 14세의 어린 바이올리니스트의 솜씨에 반해 그를 위하여 고도의 기교를 필요로한 곡으로 썼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 가장 듣기 쉬운 것을 꼽으라면 협주곡을 들 수 있고 그중에서도 친숙한 것을 꼽으라면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 수 있다고 한다. 흔히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성적이라 하고, 상대적으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여성적이라 한다. 그래서 보통 베토벤의 것을 왕에 비유하고, 반면에 멘델스존의 것을 여왕에 비유하곤 한다. 멘델스존의 경우 그의 작품에 가득 차있는 낭만성과 부드럽고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 때문에 여왕이라는 말이 꽤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베토벤의 경우 그의 곡은 멘델스존과는 달리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호방하면서 스타일이 큰 스케일 때문에 그런 별칭을 듣는 것 같다.
멘델스존이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익숙한 사람들은 쉽게 다가서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한번 빠지면 그 마력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한다. 연주자들에게 있어서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 멘델스존, 차이코프스키, 브루흐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녹음하는 곡이 바로 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한다. 그것은 이 협주곡이 그만큼 고도의 테크닉과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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