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뒤 주말까지 합쳐 아흐레의 휴가를 받았다.
수험생이 있어 긴 휴가는 생각도 못하고
친구와 상의해서 일단은 지리산으로 정하고
일정은 짧게 비박 하루
코스역시 짧은 시간에 천왕봉에 오를 수 있는 백무동을 들머리로 잡았다.
고속버스로 백무동에 도착
짧지만 속세를 떠나려 나선길 떨쳐버리지 못한 속세의 무게에 눌려 땅속으로 박혀버릴 것만 같다.
그나마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씨가 맑아져서 견딜만하다.
그럭저럭 땀에 절어 장터목에 올라서고 천왕봉 정상석에서 멋지게 펼쳐진 운무를 배경으로
인증샷도 누르고 여덟시간 가까이 걸려 첫 날 목적지인 중봉에 도착해서
잠자리를 마련하고 저녁을 먹는데 어둠이 슬그머니 껴들어 같이 먹잔다.
침낭을 대충 걸치듯 덮고 누웠지만 춥진 않다.
잠이 올 것 같지않아 눈을 감고 느껴본다
작년여름 설악 희운각에서 듣던 바람소리와는 다른 부드럽고 푸근한 바람소리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라서 그런가 파도소리를 닮아있다.
바람소리에 홀려 아무생각도 할 수가 없다.
산중에서 여러번 비박을 했지만 중봉의 바람소리는 잊지 못할 것 같다.
희미하게 별이 보여 잘하면 일출을 볼 수 있겠구나 했는데 새벽녘인가 바람소리에 빗소리가 섞여있다
다행히 지나가는 비였나보다 어찌어찌 아침은 됐지만 찬란한 일출은 이번에도 볼 수 없었다
여덟시, 약간은 가벼워진 고생보따리를 다시 짊어지고 치밭목을 향해 출발
그곳에서 새참으로 라면을 먹는데 가랑비가 오락가락 햇빛과 숨박꼭질이다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대원사를 향해 내려온지 10분이나 됐을까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천둥번개도 친다
우비를 입을 상황도 아닌 것 같아 그대로 아래를 향해 묵묵히 걷는다
발에선 물이 꿀럭꿀럭, 꼬박 네 시간을 장대비속에서 산행을 하고나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
길 옆 도랑에 입은채로 들어가 땀을 씻어내고 나니 상쾌하다
대원사 주변 계곡은 입이 안 다물어질정도로 명성만큼이나 넓고 깊고 폭우로 인해 수량은 더 풍부해져서 아름답다
다만 쏟아붓는 비로인해 그 좋은 계곡을 즐기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첫 날 여덟시간 둘째 날 여덟시간 (20여 km)을 기분좋게 산행하고
산청 원지에서 보송하게 옷 갈아입고 장어탕으로 마무리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머지 휴가는 방콕을 해도 좋으리...
천왕봉아래 '야영금지구역 '
중봉 정상에서 ...
대장 개구리일까 비만 개구리일까???
대원사 일주문 가공할만한 장대비가 쏟아져서 대원사는 둘러보지도 못하고 겨우 일주문만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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