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앉다 / 임정옥
새처럼 앉다 / 임정옥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 강가 흰 모래톱에 앉아 있다 풍경이 된다는 것은 혼자가 되는 것 새는 무리에서 떨어져 앉았다 강은 팽팽하게 흘러가고 그 위로 낯선 새들의 이름이 푸른 포물선을 펼치며 날아갔다 강가엔 붉은 양산을 든 자운영 소풍 길 여학생처럼 산들어지는데 덩달아 길을 나서는 풀꽃들의 싱싱한 웃음소리 흐드러지는데 날개 펴는 아득한 소리 등 뒤에서 듣는다 또 한 무리 새들이 일어서 깃발처럼 날아간다 길은 원근법으로 지워지고 지워지는 길을 따라 저녁이 온다 더는 아무것도 날지 않는 시간 나는 강둑에서 일어나 두어 걸음 옮겨 짙은 어둠 곁에 새처럼 앉았다
<작가 약력> 임정옥 / 1958년 경남 양산 출생.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어머니의 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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