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불멸의 오페라

오페라 돈죠반니해설

마리안나 2009. 12. 15. 14:52
오페라 돈죠반니해설
cecil

관현악이나 기악곡에 있어서 모짜르트가 없었다면 다양성은 떨어졌겠지만 그런대로 발전해 나갔을테지만 오페라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오페라에 있어서는 모짜르트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모짜르트 이전의 오페라와 모짜르트이후의 오페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모짜르트는 오페라작곡을 즐겼는데 그는 11살부터 시작하여 25편의 오페라를 작곡하였으니 거의 일년에 한 편씩 오페라를 작곡한 셈이다.

 

모짜르트의 오페라중에 어떤 것 하나라도 뛰어나자 않은 것이 있겠냐마는 돈죠반니는 가장 음악성이 완벽하다고 볼 수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오페라라는 전체를 보아서는 모짜르트의 마지막작품인 마술피리를 가장 선호한다.

그러나 그 속의 아리아나 음악을 개개별로 들을때는 당연히 돈죠반니의 음악이 가장 마음에 든다.

 

만약 오페라로 보지 않고 음악만 들으라면 무척 난감하겠지만 그래도 난 당연히 돈죠반니를 고른다.

 

돈죠반니의 음악적 다양성, 선율과 화성은 언제 들어도 감동이 된다.

 

마술피리에 나오는 음악적 화려함과 신비감.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재치성과  풍자 그리고 영혼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선율

찬란한 슬픔을 바닥부터 우러나오게 하는 이도메네오.

장난기 섞인 청춘남녀의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해 주는 코지 판 뚜떼

 

도저히 나의 짧은 어휘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막힌 음악이 많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화려하고 다양한 음악으로 풍성한 감동을 주는 것은 돈죠반니이다.

 

간혹 보수적인 여자들이 제목이 주는 선입관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선입관에 불과하다.

 

돈죠반니를 단순히 신화적인 바람둥이의 사건으로 보는 관점은 1차원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모짜르트의 오페라가 다 그렇긴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는 시대적으로 계속 진화되고 연구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은 없다는 것이 명작의 신비성이다.

 

돈죠반니에 대한 수식을 살펴 보자

 

에로스와 죽음의 신비를 다루고 있는 오페라

권위에 대한 조롱

무의식의 진실에 대하여

돈죠바니는 마성이다.

모짜르트는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이 자유분방한 사상가를 관능의 기인, 언어로는 쫓기는자이면서 음악적으로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쫓는자로 다루고자 한다.

주인공이 동시에 나머지 인물들의 내면적인 힘이라는 점이 이 오페라의 신비다.

돈 죠반니의 삶은 곧 그들 속에 내재해 있는 삶의 원리다---키에르케고르

돈죠반니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이 노래하게 만든다.

 

자 이제 오페라 돈죠반니 산책을 떠나 봅시다.

모짜르트는 자유주의자이다.

그리고 귀족에 대한 반감도 많다.

사실 귀족들에게 음악을 팔아서 생활해야되므로 음악에서는 차원이 다르지만 신분상 귀족들의 비위를 맟추며 활동하려니 얼마나 애로사항이 많았을까.

 

그런 사실은 음악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

 

마술피리에 나오는 파파게노.

피가로결혼의 피가로.

돈죠반니의 레포렐로.

 

이 세 사람의 신분은 그야말로 비천한 하인수준이다.

그런데 오페라의 첫 장면을 장식하는 주인공은 모두 이 사람들이다.

 

그것도 아주 유모있고 재치있고 귀족못지 않은 멋들어진 노래로 첫 장면을 장식하는 것이다.

파파게노의 나는야 새잡이 얼마나 유모스럽고 동화적인가?

피가로의 결혼에서 신방에서 쓸 침대사이즈를 재고 있는 "다섯 여-얼 설흔--" 

얼마나 재치있는 노래인가

돈죠반니의 제1막 도입부에 나오는 레포렐로의 "밤이나 낮이나---"

내용은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하인의 노래이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다. 너무나 고급스런 음악이다.

 

모짜르트는 음악을 통해 신분의 혼돈을 야기시킨다.

음악을 통해 모든 신분의 평등화를 부르짖는다.

모짜르트 오페라에는 뚜렷한 주인공이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레포롤로는 도입부에서 여자를 성희롱하고 있는 주인 돈죠반니를 위해 망을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주인께선 마음 편히 여자와 노닥거리고 나는 추위에 벌벌떨어가면서 망을 보고 있네"

 

그런데 갑자기 돈죠반니가 뛰어나오며 도망치려한다. 뒤에서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돈 옷타비오의 약혼녀 돈나안나의 외침이다.

돈죠반니는 돈나안나를 성추행하려다 실패한 것이다.

돈나안나의 아버지인 기사장이 추적하여 나오다가 돈죠반니와 결투를 하다가 돈죠반니에게 살해된다.

 

오페라의 시작부위에서 기사장의 죽음으로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돈죠반니가 지하로 끌려들어가 죽는 것으로 마친다.

 

현실세계에서의 죽음이란 참 두렵고 경외스런 사건인데 돈죠반니는 기사장을 살해하고도 또 자신이 죽을 처지인데도 전혀 변함없이 여자를 유혹하며 다닌다.

 

과연 돈죠반니는 어떤 인물인가?

모짜르트의 오페라는 이도메네오나 티토황제의 자비를 빼고는 모두 오페라 부파이다.

즉 희가극이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그 안에도 비극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특히 돈죠반니에서는 더욱 그런 비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모짜르트의 희가극을 drama giosco라고도 한다. 즉 그 안에 들어 있는 비극적요소는 밝은 음악으로 쉽게 눈치채지 못하도록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레포롤로의 음악을 살펴보자.

 

서두에 주인 돈죠반니의 행색에 대해 코믹하게 노래하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를 한다.

나도 귀족이 되고 싶다.

이제는 밤이나 낮이나 주인 뒤치닥거리나 하는 것이 지쳤다는 것이다.

 

그이 신세가 참 고달프고 애닮다.

 

돈죠반니는 돈나 안나를 성추행하려다 그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도망치다가 실연당한 여자를 만나 다시 유혹하려다보니 이미 자기가 결혼빙자로 3일간 살다가 도망친 여자를 다시 만난 것이다.

 

돈나 엘비라다.

참 이 여자만큼 불쌍하고 기구한 여자도 드물다.

 

3일간의 결혼생활을 못 잊고 평생 돈죠반니를 추적한다.

복수심인가?

의심스럽다.

 

돈나 엘비라에게 레포롤로는 직업정신을 발휘한다.

주인장의 애정행각을 돈나 엘비라에게 낱낱이 밝히므로서 그의 추적을 포기하도록 노래한다.

 

그 유명한 마다미나 카탈로그다.

그동안 애정행각을 벌이다 버린 여자의 모든 내용이 다 들어 있다.

각 나라 -이태리에서는 640명, 독일 231명, 프랑스 100명, 터키 91명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1003명이나 돤다는 것이다.

뚱뚱한 여자는 겨울용 마른 여자는 여름용이다.

시골처녀, 하녀, 공주, 백작부인과 남작부인 각계각층.

금발, 흑발

나이도 상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누구든 치마만 두르기만 하면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게임이 끝난게 아니냐?

더 이상 그를 쫓지말라는  이야기다.

 

코믹하기도 하지만 레포롤로의 노래 속에는 아주 서정적인 선율도 있고 아주 고급스런 선율도 있다.

그러나 노래뒤에 따라 나오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들어 보면 어딘가 모르는 슬픔이 들어 있다.

 

이 음악을 통해 모짜르트가 희극과 비극을 자유스럽게 넘나들면서 은근히 귀족과 서민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있음을 알아 낼 수 있다.

 

그런데 참 돈나 엘비라처럼 딱하고 불쌍한 여자도 없다.

마치 우리 어머니를 보는 것같다.

 

평생 자기 멋대로 살아온 아버지

그런 남편을 평생 지극히 섬겨 온 어머니.

 

이것은 희극이 아니다.

엘비라는 그런 애정행각을 듣고서도 돈죠반니를 복수하겠다고 쫓는다.

그러나 그것은 복수심이 아니다.

돈죠반니를 놓칠 수 없는 것이다.

돈나 엘비라만큼 가련한 여자도 없다.

수없이 농락당하면서도 감정이 흔들린다.

농락당하는 순간 돈죠반니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다가도 그의 소리를 들으면 다시 애증으로 바뀐다.

 

간신히 돈나 엘비라를 뿌리친 돈죠반니는 지나가다 소작농들의 결혼식을 보게 된다.

여기서 돈죠반니는 이 결혼식의 주인공 즉 신부인 채를리나를 유혼한다.

 

돈죠반니는 채를리나에게 당신은 저런 시골뜨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바로 이 순간 당신은 그대로 내 신부로 남으리라고 유혹한다.

그러면서 저기 보이는 저 별장이 내것이요 자 손잡고 그대는 내 아내가 되겠다고 맹세해요라며 노래한다.

그 유명한 이중찬

"라치 다 렘노 마노 라미디 라이디 시"

여기서 "시"는 영어의 "예스"다.

즉 내 아내가 되겠다고 맹세하라고 할때 "예스"라고 대답할거라는 것이다.

아무도 거역하기 어려운 유혹인데다가 엄청나게 매력적인 노래다.

이 노래를 듣고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채를니나.

이 여자는 어떤 여자인가?

한 순간에 귀족을 만나 팔자를 고쳐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자기를 진정 사랑하는 마제토를 놓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매우 현실적인 여자다.

사랑이 밥먹여 주냐? 라고 하다가도 전세가 뒤바뀌면

싹 돌아서는 여우같으면서도 너무나 사랑스런 여자다.

 

돈죠반니에 대한 유혹에 대한 반응이 기가 막히다.

vorrei e non vorrei(그러고 싶지만 또 그럴 수도 없어)

내 가슴이 마구 뛰네

행복이 그리도 쉽게 찾아 올까...

아니야 나를 속이는 거겠지.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맘은 이미 돈죠반니에게 넘어가 버렸다.

 

돈죠반니의 별장에서 채를리나를 기다리는 순진한 농부 그녀의 신랑 마제토

얼마나 불쌍한가.

결혼식날 신부를 빼앗겼으니  말이다.

 

키스를 하고 팔짱을 끼고 별장으로 향하는 돈죠반니와 채를리나   앞에

갑자기 나타난 돈나 엘비라

 

상황을 설명하는 엘비라와 그녀를 정신이상자로 몰아부치는 돈죠반니 사이에 채를리나는 혼란스럽다.

이렇게 빨리 행복이 날아가 버리는건가?

라며 망서리는 채를리나를 엘비라가 데리고 퇴장한다.

 

돈죠반니에서 나오는 세 여자를 분석하는 것은 돈죠반니의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돈나 엘비라를 감정이 기복이 심한 가련한 버림받은 귀족여자다

돈나 안나는 기사장의 딸로서 명문가의 딸이고 명문가의 아들 돈 옷타비오의 약혼녀이다.

채를리나는 찬박한 시골뜨기여자다.

 

먼저 돈나 안나는 가장 비극적인 여자다.

자기를 겁탈하려던 남자에게 아버지가 살해 당한다.

아버지원수를 그 약혼자인 돈옷타비오가 갚으려고 돈죠반니를 쫓는다.

그러나 그녀는 돈죠반니를 원수로 쫓는게 아니라 그의 마성에 이끌려 그를 쫓는 것이다.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지만 그에 대한 마력을 어쩔 수가 없는 여자

얼마나 비극적인가.

돈죠반니가 죽자 그녀의 삶은 허물어져 돈옷타비오와 파혼하고 만다.

 

돈나 엘비라는 단지 3일간의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자기를 배신한 남자를 끝까지 쫓아 다닌다.

돈죠반니의 애정행각을 직접 듣기도하고 목격하기도 했지만 돈죠반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미움은 사라지고 그리움으로 변한다.

돈죠반니가 죽자 수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채를리나 결혼 당일날 돈죠반니의 유혹에 마제토를 버리고 돈죠반니를 따라가다가 간신히 구출된다.

그리고 다시 마제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아이구 이 년을 그냥 죽여 살려하면서 다시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자

Batti, batti o bel Masetto(때려 주세요 때려 주세요 사랑하는 나의 마제토)

당신의 가련한 채를리나를 때려주세요

여기 양처럼 순하게 앉아

당신이 때린 매를 맞겠어요.

내 머리채를 뽑으세요

내 눈을 뽑아도 난 당신의 손에 키스를 하겠어요.

 

노래를 들어 보자 이 노래를 듣고 어떻게 때릴 수가 있는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다시 끌어 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죠반니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쉴새없이 여자를 유혹한다.

 

돈나 안나를 겁탈하려다 실패했고 이어서 엘비라인줄 모르고 시도하다가 도망쳤고 도망치다 만난 결혼식행사에서 신부를 유혹하다가 거의 다 성공한 상태에서  엘비라의 방해로 무산된다.

 

돈죠반니는 마을의 모든 사람을 자신의 별장으로 초청하여 잔치를 벌이면서 다시한번 째를리나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한다.

이를 지켜보는 마제토의 분노는 점점 격해가고 돈죠반니를 잡으러 돈나안나와 돈나 엘비라 그리고 돈나안나의 약혼자 돈 옷타비오가 가면을 쓰고 들어와 주시하고 있다.

 

돈죠반니는 범죄를 레포롤로에게 덮어씌우지만 믿는 사람들은 없다.

 

정신 없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간신히 빠져 나온 돈죠반니는 이제는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기 위해 레포롤로와 의상을 바꿔입는다.

 

돈죠반니의 의상을 입은 레포롤로에게 엘비라를 유혹하게 만든다.

 

여인숙 창가에 있는 엘비라의 독백을 들어 보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 마음

그 이는 몸쓸 배반자.

그 배반자를 동정하면 죄악이 될꺼야"

 

그러나 곧바로  돈죠반니의 거짓말이 시작된다.

 

"내 생명의 환희 이리 내려 오시오

내 괴로운 마음 달래줄 사람 누가 있겠소

이제 나는 이렇게 참회하고 있소"

 

엘비라는 내려와 돈죠반니로 변장한 레포롤로에게 안간다.

 

"내 눈물이 당신의 무정한 마음 녹였다고 믿어도 좋을까요?

그리고 사랑하는 조반니님이 참회하시고

사랑하는 내 품으로 돌아왔다고?"

 

그러나 그것은 돈죠반니가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기 위해 엘비라를 따돌리기 위한 수작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도 속고 속은 엘비라는 그래도 또 돈죠반니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

 

돈죠반니는 창가에 서서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기 위해 만돌린으로 연주하며 세레나데를 부른다.

유명한 돈죠반니세레나데이다.

 

이때 마제토가 나타나 레포롤로로 변장한 돈죠반니에게 돈죠반니를 죽이러 왔다고 한다.

 

같이 합세하는 척하면서 마제토가 보여주는 무기를 보고 칼집으로 마제토를 마구 때린다.

"그를 죽이겠다는 값으로 한대,

그를 박살내겠다는 값으로 한대,

이 나쁜 녀석 이 개같은 자식"

 

마제토의 비명을 듣고 달려 온 채를니나.

 

"이런 바보 같은 이

엉뚱한 질투를 하면 이런 꼴이 된다고

어디가 아파요?"

 

"다리도 쑤시고 팔도 아프고 그리고 손도 아파"

 

"팔 다리 손만 아프고 다른데는 괜찮다면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리고 다시는 질투하지 않는다면

내가 낫게 해 드릴께요

내가 그대에게 준 약

자연의 성스러운 약

내 몸에 내가 소중히 지닌 향기로운 약이라오

당신께 그 약을 아낌없이 드릴께요.

내가 그 약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고 싶다면

여기 당신의 손을 얹고

고동치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그의 손을 가슴에 얹게 한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결국 돈죠반니와 레포롤로는공동묘지로 도망간다.

때는 새벽 2시.

쉬지 않고 사건은 벌어졌다.

 

이때 어느 묘지앞에서 석상이 말하고 움직인다.

돈죠반니에게 살해 당한 돈나 안나의 아버지 기사장의 석고상이었다.

 

돈죠반니는 석고상을 집으로 초대한후 결국 석고상과 함께 굉음을 내며 떨어져 버린다.

 

 

돈죠반니의 바람기는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렛또와 비교해 볼만하다.

 

돈죠반니의 부와 신분을 이용한 애정행각이나 리골렛또의 만토바공작의 애정행각은 전혀 진실된 사랑없이 에로틱한 정사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같다.

 

그러나 돈죠바니는 2천명이 넘게 여자를 농락했어도 이 오페라에서는 한 건도 성공을 못한다.

반대로 만토바공작은 단 한번의 실패도 없다.

 

모짜르트는 돈죠반니라는 신화적인 바람둥이를 자신의 오페라에 등장시켰음에도 단 한번의 애정행각도 성공시키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돈죠반니는 신화속의 바람둥이다.

그런데 이 오페라에서는 단 한 건의 애정행각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타이틀 롤이 돈죠반니인데도 정작 돈죠반니는 이렇다 할만한 아리아조차도 없다.

혼례를 축하하는 잔치를 화려하게 치르라고 명하며 부르는 샴페인 아리아도 아주 빠르고 짧아서 아리아로서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만돌린을 켜며 연주하는 돈죠반니세레나데도 아리아로 명함을 내밀기는 어렵다.

돈죠반니는 쉴새없이 노래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지만 그의 노래는 별 볼일 없고 오히려 이따끔씩 나타나 한 곡조 뽑는 돈 옷타비오의 아리아는 빛을 내고 있다.

 

돈나 안나를 위로하며 부르는 Dalla sua pace(내 마음은 오직 그대의 행복을 빌며)나 Il mio tesoro in tanto(사랑하는 사람의 원한을 지금 풀어 주자)같은 테너 아리아는 콘서트나 갈라아리아에서도 가끔씩 불려지는 명곡이다.

 

그리고 돈죠반니의 하인인 레포롤로의 아리아가 오히려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러면 돈죠반니는 무언가?

모짜르트는 돈죠바니를 통해 전해주고자하는 메세지가 무언가.

 

그것은 모짜르트의 사상에서 찾아 볼 수 있을것이다.

 

단순히 돈죠반니의 화려한 여성편력을 노래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돈죠반니는 쉬지 않고 움직이며 노래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며 노래하게 만든다.

 

고귀한 신분의 돈나안나로 하여금 들판으로 쏘다니며 때로는 무기를 들고 돈죠반니를 쫓게 만든다.

헌신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돈나 엘비라는 여행복을 입고 거친 들녁으로 돈죠반니를 잡으러 도라다닌다.

가녀린 시골 신부인 채를리나는 돈죠반니에게 휘둘리어 어떻게하면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걱정이다

"그 분이 와요 어떻게하면 그로부터 벗어날수 있을까요?"

 

이 고백은 단지 채를리나만의 고백이 아니다. 고귀한 신분의 돈나안나나 엘비라 모두의 고백이다.

그리고 이들은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 힘을 합쳐 돈죠반니를 잡으러 같이 다니기도 하고 같은 잔치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들이 합력하여 돈죠반니를 잡으러 다니는 것은 피가로의 결혼에서 모든 사람들이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알미비바백작의 바람기를 고쳐주려고 합력하는 것과 상통한다. 

 

모짜르트는 돈죠반니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어떤 도덕이나 윤리를 유린하면서 인간 안에 숨어있는 심연을 드러내게 한다.

그렇게 하므로서 인간의 평등성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돈죠반니가 깊은 나락에 빠져 죽고 난 후 세 여자의 반응을 보면 돈나 안나는 돈 옷타비오와의 결혼을 일년 뒤로 미루지만 실상은 파혼이다.

 

그리고 돈나 엘비라는 수녀원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이 두 귀족들은 자신의 삶의 중심을 잃어버리지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채를리나는 어떤가?

"마제토 우리 집으로 밥먹으러 가요"

돈죠반니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모짜르트는 교묘하게 표시 나지 않게 귀족들을 비하시키므로서 귀족들은 겉으로는 고귀한 척하지만 그 심연에 있는 인간 본질은 다를게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돈죠반니는 무언가?

꾾임없이 움직이며 노래하지만 그는 무언가?

 

일반적으로 돈죠반니를 마성이라고 해석한다.

인간 삶속에서 결코 몰아 낼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한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마성을 가진 초월적인 힘이랄까?

사랑, 격정, 분노 또는 공포를 일으키게하는 어떤 힘이랄까?

 

나는 돈죠반니를 보면 그리이스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가 생각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좋아한다.

그는 미리 아는자로서 인간을 만들기도 했고 그에게 제우스신의 번개로부터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준 죄를 범해 제우스의 미움을 샀다.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마지막에 아는자이다.

판도라는 그의 아내로서 최초의 여자인간이다.

모든 신들이 그녀에게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제우스도 그녀에게 선물을 주었다.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아는자이기때문에 그 결과를 알고 있기때문에 그 선물을 받지 말라고 했지만

에피메테우스는 받게 하였다.

 

제우스의 선물은 상자이었고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나 절대로라는 말은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호기심이 많은 판도라는 그 상자를 열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우스는 그 상자속에 인간들에게는 절대 불필요한 것들만 모아 놓은 것인데

그 상자를 여는 순간 질병, 고통, 질투, 노여움등 온갖 못쓸것들이 튀어나왔다.

 

화들짝 놀란 판도라는 다시 그 상자를 닫아버렸다.

 

마지막 한 가지가 미처 튀어나오지 못했는데 그것이 바로 "헛된 소망"이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없는 헛된 소망을 찾느라고 인생을 다 바친다는 것이다.

 

난 돈죠반니가 바로 이런 마성을 지닌 헛된소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 헛된 소망을 쫓아다니느라고 모든 열정을 다 바친다.

때로는 그것이 헛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쫓아다니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돈죠반니로부터 벗어 났을 때 오히려 행복감을 느낀다.

 

헛된 소망으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벗어 났을 때 우리는 행복해지는 것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