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vel, Tzigane
라벨 ‘치간’
Maurice Ravel
1875-1937
Patricia Kopatchinskaja, violon
Jean Jacques Kantorow, conductor
Orkiestra Sinfonia Varsovia
La Folle Journée de Nantes 2013
Patricia Kopatchinskaja - Ravel, Tzigane
모리스 라벨은 1924년 헝가리 태생의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인 옐리 다라니(Jelly d’Arányi)를 위해 비르투오소의 자기과시적인 요소가 들어간 바이올린 작품인 <치간>을 작곡했다. 다라니는 19세기의 바이올린 거장 요제프 요아힘의 조카딸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예뇌 후바이를 사사한 뒤 주로 영국에서 활동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특히 그녀는 벨러 버르토크와 리사이틀을 가지며 전문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정받았고 영국에서는 레이프 본윌리엄스와 구스타브 홀스트가 작품을 헌정하기도 했는데, 그녀에 얽힌 가장 유명한 일화는 바로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가와 요아힘의 영(靈)으로부터 계시 받았다는 것이다.
1922년 1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런던을 방문했을 당시 라벨은 런던에 살고 있는 이 헝가리 출신의 다라니와 첼리스트 한스 킨틀러가 자신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주를 연주하는 음악회에 참석했다. 음악회가 끝난 뒤 라벨은 다라니에게 헝가리 집시 노래를 몇 곡 들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헝가리의 강렬한 현악 전통과 집시의 열정을 구사했던 다라니로부터 영감을 받은 라벨은 집시 음악을 프랑스의 세련된 감수성의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결과 2년 만에 <치간>을 완성했다. 비록 라벨은 항상 중부 유럽과 서유럽의 음악을 결합시키고자 하는 야망을 갖고 있었지만, 이러한 목표는 그에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바이올린으로 가능한 모든 테크닉을 구사
<치간>을 작곡하는 동안 라벨은 친구인 엘렌 주르당-모랑주에게 “자네 바이올린과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를 가지고 빨리 우리 집으로 와주게”라는 전갈을 보냈고, 이후 그의 카프리스 연주를 들으며 라벨은 바이올린 테크닉에 관한 영감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했다. 특히 라벨은 바이올린의 풍부한 변화에 깊이 매료되어 이 시범적인 작품에 바이올린으로 가능한 모든 테크닉을 집어넣고자 했다.
이에 앞서 주르당-모랑주 부인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주가 너무 어려워 소수의 대가들 아니면 쉽게 연주할 수 없다고 작곡가를 비난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더 잘되었군요. 아마추어 연주가들이 저를 죽이려고 덤벼들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마추어, 더 나아가 평범한 프로 연주자라면 <치간>으로 시간을 허비할 사람은 분명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곡은 테크닉적인 난해함에서 사라사테, 비네야프스키, 심지어 파가니니와 같은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작곡가들의 작품에 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치간>에는 헝가리 집시들의 애환이 스며들어 있다.
다라니는 1924년 4월 26일 런던에서 초연을 갖기 불과 3일 전에 악보를 받았던 만큼, 그녀는 <치간>에 관한 이해와 작곡가의 해설을 거의 받지 못했다. 앙리 질-마쇼의 피아노를 반주로 초연을 가질 당시 라벨은 청중석에 앉아 있었고, 이 곡을 본능적으로 이해한 그녀는 초연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라벨은 지노 프란체스카티와 함께 반주자이자 작곡가로서 연주여행을 다니며 이 작품을 연주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작곡가는 그해 여름 이 작품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했고 1924년 11월 30일 가브리엘 피에르네가 지휘하는 콩세르 콜로네의 반주와 역시 다라니의 바이올린 연주로 초연되었다.
‘치간’은 프랑스어로 집시라는 뜻으로 헝가리의 민속음악인 차르다시(Czardas)의 전통적인 느린 속도의 음악과 라수(Lassu)라는 빠른 템포의 음악,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라벨이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과 헝가리의 민속음악을 깊이 있게 연구한 결과라고 하겠다.
이 곡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긴 카덴차로 시작하며 즉흥적이고도 음울한 흐름 속에 몇몇 독창적인 주제들이 등장하는 렌토, 카시 카덴차(Lento, quasi cadenza) 부분이 등장한다. 헝가리 집시들의 회환이 담겨 있는 듯한 일종의 자기 고백적 성격의 음악이다.
이어 피아노의 경쾌한 타건이 제시되며 라수에 해당하는 모데라토-알레그로 부분이 등장한다. 경쾌한 주제와 흥겨운 분위기로 속도와 테크닉이 클라이맥스까지 끝없이 발전해 나가며 난해함과 엑스타시의 그로테스크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엄청난 기술적인 어려움과 헝가리 정서에 대한 이해, 우울과 낙천의 이중적인 에너지의 충돌을 담고 있는 <치간>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지 않은 라벨에게 대단히 소중한 바이올린-오케스트라용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치간(tzigane, ‘지간’으로도 발음합니다. ‘치간느/찌간느’는 바른 외래어 표기가 아닙니다)은 ‘집시, 보헤미아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독일어로는 치고이너(Zigeuner), 스페인어로는 히타노(gitano), 이탈리아어로는 징가로(zingaro)라고 합니다. _라라와복래
Ginette Neveu - Ravel, Tzigane
Ginette Neveu, violin
Charles Munch, conductor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
1949.01.02
추천음반
1. 이 작품에서 지네트 느뵈의 역사적인 연주(EMI)는 그 음악적 완성도와 전설적인 이미지로 인해 오래전부터 추앙받아 온 명연이다. 그녀의 힘과 열정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창성을 발산한다.
2. 라벨이 좋아했던 지노 프란체스카티의 연주(SONY)는 느뵈보다 훨씬 지중해적이고 낙천적이다. 그는 1947년에 피아노 반주의 모노 리코딩과 1964년 레너드 번스타인/뉴욕 필하모닉과 스테레오 녹음을 남겼는데, 이 가운데 스테레오 버전이 음질에서 우선 추천할 만하다.
3. 비운의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페라스의 열정적인 연주(DECCA)는 이 작품의 레퍼런스로 모자람이 없고, 현대 연주자로는 길 샤함이 게르하르트 오피츠 피아노 반주로 연주한 녹음(DG)이 추천할 만하다.
글 박제성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기획물 전체>음악의 선율>클래식 명곡 명연주 2012.05.21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8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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