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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듣기] 시벨리우스 / 교향곡 5번

마리안나 2016. 5. 29. 20:32

       

               

Symphony No.5  in Eb major, Op.82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5번>

Jean Sibelius, 1865-1957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5번은 1914년 최초로 구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곡을 작곡하던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 중으로 핀란드가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그는 이 시기에 생활의 방편으로 많은 수의 가곡과 피아노 소품을 출판했는데, “어떻게든 이 어려운 현실을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당시의 상황을 메모로 남기기도 하였다. 그렇게 상황은 암울했으나 시벨리우스가 1892년 발표한 쿨레르보 교향곡은 핀란드인의 마음속에 깊게 각인되어 그는 이미 조국 핀란드의 국민적 작곡가로 추앙받고 있었다. 그리고 1915년은 그가 태어난 지 50년이 되는 해로 핀란드에서는 그를 위해 국가적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시벨리우스는 당연히 이 행사를 위해서도 신작 교향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때, “신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교향곡의 착상이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교향곡의 아다지오, 현세, 고뇌, 영혼이 노래할 때의 광적 기쁨 ~”이라는 글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의 구상이 교향곡으로서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다음해 봄인 1915421일에는 “16마리의 백조가 허공을 선회하다가 이윽고 햇살이 비치는 안개 속을 은색 리본처럼 사라져 갔다. 이것은 나의 일생에서 가장 큰 감명 중 하나이다. 그 백조의 울음소리는 마치 사뤼소폰(금속제 더블리드 악기)이나 트럼펫에 가까운 소리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교향곡의 편성은 목관에 비해 금관을 강화하여 트럼펫과 트럼본을 각각 3대씩 편성했다. 그리고 봄날의 이러한 특별한 경험이 이 곡을 쓰는 강렬한 영감으로 작용했음을 밝혔다. 또한 이러한 영감들은 이후 교향곡 제7번까지 이어져서 3곡의 교향곡에 대한 구상도 이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교향곡은 모두 3번이나 개정판을 내고 있는데, 1차로 완성된 곡의 초연은 자신의 생일날인 1915128일 자신의 지휘로 있었다. 초연은 성공적이었지만 스스로 미흡하다고 생각한 시벨리우스는 1916년 가을 개정판을 냈는데, 이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아 1917년 또다시 개정판을 계획했으나 정정이 불안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마침내 1919년이 되어서야 수정 완료하여 그해 1124일 자신의 지휘로 발표하였다.


 

1st Tempo molto moderato - Allegro moderato - Presto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을 따른 두 파트로 이루어진다. 먼저 호른의 연주로 목관악기로 이어지는 제1주제의 동기가 연주된다. 이 동기는 응답을 거쳐 목관으로 다시 연주되는데, 이때 2대의 오보는 전개풍으로 나타난다. 이어 약간 플루트풍으로라고 지시된 부분에서는 현의 반주를 타고 트레몰로가 나타나면 목관이 제2주제를 연주한다. 이윽고 거대한 관악파트가 참여하고 나서 트럼펫이 제1주제의 첫 동기를 연주하고, 플루트에 이어 목관의 반음계 진행으로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계속 활용된다. 이어지는 제2주제는 다양하게 연주되는데 호른의 브릿지로 현의 반음계 악구가 이어지면서 활발하게 연주된다. 이어 현악기는 비창적으로라고 지시된 부분을 연주한 다음 곡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이어지는 스케르초는 조금씩 빠르게로 지시되어 있는 부분을 지나는데 여기서는 전원풍의 곡이다. 이윽고 후반으로 넘어간 곡은 아주 빠른 프레스토가 되어 트럼펫의 마르가토로 명료하게 연주하는 가운데 충만하게 악장을 마친다.

 

2nd Andante mosso, quasi allegretto

2악장은 일종의 변주곡 원리를 응용한 악장이다. 도입은 관악기에 이끌린 비올라와 첼로의 피치카토와 2대의 플루트가 연주하는 주제가 나타난다. 이어 현으로 변주가 이어지고, 다시 2대의 바이올린과 플루트의 경합에 호른이 덧대어지면서 강렬한 악구가 만들어진다. 이때 현악기는 피치카토를 연주하고 플루트와 파곳이 대비되는 악구를 보여준다. 후반에는 현의 피치카토와 오보에의 스타카토로 주제가 다루어지면서 조금 빡빡하게로 지시된 코다에서는 표정이 풍부하게 바뀌면서 마친다.

 

3rd Allegro molto - Un pocchetino largamente

3악장은 먼저 현의 트레몰로가 마치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이어지다가 이것이 끝없이 움직이는 저음의 주요주제로 바뀌고 다시 목관으로 이어진다. 이어 트럼펫이 나타나고 플루트, 오보에, 첼로로 제2주제가 노래된다. 여기서는 목관이 경쾌한 진행을 이끌고, 도입부에서 나왔던 현의 트레몰로와 목관악기가 스타카토로 이어진다. 이어서 신비적으로라고 지시된 부분에서는 약음기를 낀 현의 트레몰로가 도입부의 주제를 재현한다. 이어 약간 폭넓게로 지시된 부분에서는 현악기에 의해 제2주제가 연주된다. 이어지는 곡은 충분히 가득이라고 표시된 곳에서는 트럼펫으로 2분 음표 주제가 나타나는데, 이 주제는 현의 선율과 조화를 이루며 멋진 진행을 이어간다. 바로 이 부분이 시벨리우스가 이 교향곡을 만들기 전 보고 느꼈던 백조의 광경일 것이다. 코다에서는 화성적으로 변하여 트럼펫의 동기가 확장된 다음 6개의 결연한 화음을 끝으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