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클래식 노트

[스크랩] VIP석이 항상 좋은건 아니다

마리안나 2008. 6. 20. 10:40

공연계 리더들에게 들어보니
교향악, 예술의 전당 1층 맨뒷줄ㆍ피아노독주 음향은 1층 오른쪽ㆍ뮤지컬은 1층 중앙좌석이 명당

눈 덮인 파리에서 슬픈 사랑의 아리아가 울려퍼지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자리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교향악단 선율과 성악가 노래가 잘 섞이는 2층 가운데 앞줄 객석이 좋다.

무대와 가까워 VIP석이나 R(로열)석이 포진한 1층은 시야가 제한돼 무대 전체를 조망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성악가들의 목소리가 묻힐 수 있으며 자막을 올려다봐야 하기 때문에 고개가 뻐근해진다.

정은숙 국립오페라단장은 "2층 앞줄 객석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조명과 특수효과를 보기에 가장 좋다"며 "소리가 위로 퍼지기 때문에 2ㆍ3ㆍ4층에서 더 잘 들린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리는 어딜까? 만약 그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온다면 무대 뒤 합창석이 가장 좋다. 지휘자는 객석을 등지고 합창석을 바라보고 연주하기 때문이다. 등 뒤의 관객은 절대 볼 수 없는 지휘자의 눈빛과 표정, 손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는 자리가 바로 합창석. 가격도 2만~4만원으로 저렴하다.

윤미경 예술의전당 공연사업팀장은 "합창석이 무대에 가깝고 음향도 좋지만 연주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다"며 "공연장을 잘 아는 클래식 마니아들이 주로 애용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연 장르별로 좋은 자리는 따로 있다. VIP석이나 R석 등 비싼 자리라고 해서 반드시 최적의 음향조건과 시각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통상 무대와 거리로 객석 등급을 결정하는 예가 많기 때문. 그러나 클래식 음악회에서는 값싼 좌석인 합창석이나 1층 맨 뒷줄 객석이 가치를 발휘할 때가 있다. 물론 공연장 특성에 따라 최적 객석 위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먼저 지휘자가 아니라 교향악단에 더 비중을 둔다면 무대와 거리를 두는 게 좋다. 베를린필이나 뉴욕필, 빈필 등 세계적 교향악단이 온다면 2층 앞줄이 최고 좌석으로 꼽힌다. 현악과 관악, 타악기 등의 소리가 위로 퍼지면서 조화를 이루기 때문. 1층에 앉아 있으면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 수 있고 위치에 따라 일부 악기군의 선율이 강하게 들릴 수 있다.

임헌정 부천필하모닉 지휘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소리를 반사시켜주지 못하는 1층 가운데 객석의 음향이 제일 안 좋다"며 "오히려 1층 맨 뒷줄이 좋더라"고 밝혔다.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소리가 작은 독주회와 실내악은 1층의 음향이 가장 좋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대에 지나치게 가깝거나 먼 자리보다는 중앙 부분이 좋다. 연주홀에서 너무 앞쪽에 앉으면 직접적인 소리가 전달되고, 홀에 울리는 소리를 충분히 전달받기 힘들다. 또 국내 공연장은 무대가 아주 높아 앞줄에 앉으면 지휘자와 악장밖에 보이지 않는 흠이 있다.

피아노 독주회는 건반이 보이는 무대 왼쪽 좌석이 선호된다. 피아니스트의 연주 테크닉을 바라보면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작 음향은 무대 오른쪽이 더 좋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전 서울대 음대 학장)는 "건반을 쳐서 피아노 줄을 울려 소리가 나가는 방향이 오른쪽이어서 그쪽에서 소리가 더 섬세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순전히 성악가 성량에 의존하는 오페라와 달리 확성기를 사용하는 뮤지컬에서는 음향보다 시각적 효과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 단 대형 확성기 앞자리는 귀가 얼얼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극장이 클 때는 1층 10~15번째줄 중앙 좌석이 VIP석이고, 소극장에서는 2층 맨 앞줄이 가장 잘 보인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 씨는 "배우를 가까이 보고 싶다면 1층 맨 앞자리도 괜찮다"며 "무대 바닥이 안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배우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발레는 너무 앞줄에 앉으면 무용수의 발끝이 잘 안 보인다. 통상 1층 가운데 정도에 앉으면 세밀한 연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명의 무용수가 추는 군무를 만끽하려면 2층 맨 앞자리가 제격이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2층에서 내려다봤을 때 시선이 가장 편하다"며 "1층에서 못 봤던 전체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VIP석이 항상 좋은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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