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영국 최고의 명문 오페라 극장인 로열 오페라 하우스(코벤트 가든)에서 오페라 라보엠에서 남자주인공 로돌프(테너 김우경)와 여주인공 미미(소프라노 홍혜경)이 캐스팅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270년 전통의 이 극장에서 한국 남녀 성악가가 함께 주역을 맡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라 보엠의 보엠(Boheme)은 보헤미언의 이태리식 발음이다. '보헤미언(방랑 예술가)’이라는 말은 로맨티시즘이 풍미하던 19세기에 있어 감미로운 꿈으로 받아들여졌던 적이 있다. 앙리 뮈르제의 단편집<보헤미안의 생활 풍경>이 1845~49년 <해적>이라는 잡지에 연재되고 나서부터의 일이다. 까르띠에 라땡 지역에서 살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그 소설은 39세에 요절했던 앙리 뮈르제의 자화상이기도하다. 까르띠에 라땡과 몽마르뜨는 그 소설 무대가 된 후 이후로도 오랜 동안 겨울 나그네들의 보금자리였고, 젊은 시절의 우트릴로, 피카소, 모딜리아니, 아뽈리네르 등의 사연 많던 꿈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밀라노 음악원의 학생 시절 보헤미언의 삶을 영위했던 푸치니(Giacomo puccin, 1858~1924)가 오페라의 소재로 이 소설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작곡가 레온카발로의 방해에 봉착하게 된다. 대본을 푸치니에게 보여주면서 작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푸치니가 같은 소재로 오페라를 작곡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레온카발로는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푸치니는 “마농레스코를 완성하자마자 곧 라보엠에 착수했다”고 레온카발로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제안했다. 푸치니는 세 번째 오페라 <마농레스코>로 일약 명성과 부(富)를 얻은 뒤 제4작 <라보엠>5작 <토스카> 6작<나비부인> 등을 연거푸 내놓는다. 푸치니의 라보엠은 1895년 완성되어 1896년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파리아치는 1897년 베네치아에서 초연 되었다. 토레 라고에서 완성된 푸치니의 3대 걸작 중에 하나인 <라보엠>의 무대는 파리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을 대본으로 한 것이다 시인 로돌프,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콜리네 등 보헤미안(방랑의 예술가)이 가난하게 살고 있는 다락방 옆방에 폐병을 앓는 가녀린 여인 미미도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 아무리 꿈이 있어도 가난한 그들에게 겨울은 혹독했다. 4명의 보헤미안 중 시인 루돌프와 미미는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서로 가난하여 함께 살 수 없게 되자 미미는 집을 나가 돈 많은 귀족의 노인에게 몸을 의탁한다. 병이 악화된 미미는 로돌프를 잊지 못하고 빈사의 몸으로 지붕 밑 방에 돌아와 숨을 거둔다. 이것이 오페라의 내용이다. 라보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 살고 있었다. 라보엠의 원작자인 뮈르제(오페라에 로돌프)외에 저널리스트 겸 작가이던 샹플뢰리(마르첼로)와 그의 애인 마리에트(무제타) 그리고 화가 겸 음악가인 샨(쇼나르)과 그의 애인 등 뜨네기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은 지금의 파리 제6구 카르티에 라탱의 카네트 가 5번지 고옥(古屋)들이 늘어선 좁다란 골목길의 3층으로 그들은 방 3개를 쓰고 살았다. 지금은 많이 헐었지만 아파트 건물이 되어있다 1845년 봄 첫사랑에 실연한 후 집을 나왔던 뮈르제는 마리에트의 소개로 뤼실이라는 젊은 여자를 사귀게 되었고 그 때 폐병을 앓고 있던 뤼실이 라보엠에 등장하는 미미이다. 오페라에서 미미가 “사람들은 나를 미미라 부릅니다. 그러나 본명은 루치아(뤼실의 이탈리아어 이름)에요”라고 소개하는 대목이 나온다. 로돌프에게 불을 빌리러 온 미미가 방 열쇠를 잃자 두 사람은 마룻바닥을 더듬으며 열쇠를 찾는다. 그러다가 마주친 미미의 싸늘한 찬손을 로돌프가 녹여 주면서 오페라는 시작된다.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뮤제타의 왈츠’ ‘외투의 노래’ 등 우리의 가슴 깊이 젖어드는 아리아, 풍부한 선율, 교묘한 라이트모티브의 활용도 돋보이지만 병들어 죽어가는 미미를 둘러싸고 가난한 연인과 친구들이 보여주는 훈훈한 인정이 밀도 높은 훈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오페라임에 틀림없다. Giacomo Pucc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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