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자화상(自畵像)

목화 (1986년 할머니를 그리며)

마리안나 2007. 10. 30. 17:38

 벙그러진 목화송이 보며

할머니 미소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포르르 눈송이 깃털처럼 내려 앉을땐

목화송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건넛방에 앉아 염소똥 만큼이나 새까만

목화씨를 발라내시며 우리애기 시집갈 때

이불 만들어 줘야지 하시던 내 할머니 모습은

목화송이 만큼이나 포근하다고 생각했다.

당신 쪽진 머리 만큼이나 깔끔하게 다듬어진 목화를

항아리에 꾹꾹눌러 담곤 하시더니

그 항아리

아직도 꼿꼿이 서 있는데

목화대 모두 뽑아 안고

그 자리에 누우신 할머니

그 위로 눈이 솜이불처럼 덮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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