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타기 전
습관적으로 책을 꺼내든,들을 꺼리를 귀에 꽂든
그날 상태(?)에 따라 한 가지만 선택한다.
오늘은 무슨 생각에선지 둘다 꽂고 펼쳐들고 했다.
'놀토'인지 '쉴토'인지
이상한 토요일이 만들어져 전철안이 한산하다.
'작가 박경리 론'을 보는 중,<토지> 3부, 효자동 길에서 상현이 명희에게 (이루지 못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묘사되고(난 서희보단 명희와 더 가까이 하고 싶다),5부,영광이 섬진강 가에서 양현과 조우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어폰에선 오펜바흐의 '잭클린의 눈물'이 첼로 선율로 가슴을 죄어 오고(이 곡을 들을 때 마다 늦가을 바람부는 산 등성이를 혼자 걷는 느낌이다)있었다.
둘 다 감당하기 벅차 밖을 보니 전철은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순간 밖의 모든 풍경들이 흐릿해 진다.
그렁그렁...
이 느닫없음에 당황스러웠다.
시선을 내리지도 깜박이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강은 끝나고 대충 쓸어담아 수습을 했다.
'어린이 상실증' 환자처럼 감정을 그때 그때 풀어내지 못해 '차갑다''독하다''냉혈인 아니냐'는 소릴 들어도
눈물 낼 줄 몰라 머리가 아프곤 했는데, 몇 달 전에도 <지앤 왕>의 단아하면서 무채색의 첼로 연주를 들으며
전에 없이 눈물이 흘러 당황 했던적이 있었다.
전철에서 내려서도 또 그렁그렁...
나이 듦의 여러가지 현상 중 하나일까, 언제부턴가 따로 파 두었던 눈물 웅덩이가 넘쳐 둑이 터진걸까.
자리에 와서 거울을 보니 눈자위가 붉다.
느닫없음이란 이럴때 딱 들어 맞는 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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