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비 내리는 수요일 오후 2시. 20일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제345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을 마친 두 바이올리니스트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났다. 두 주인공은 서울시향의 악장 데니스 김과 대구시향 악장 정우균이다. 데니스 김은 이번 정기연주회에 바이올린 협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대구시향과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서울 시향악장 인터뷰
정우균 대구시향 악장
"지휘자의 음악 의도 단원에 전하는게 역할연주횟수 서울 못잖게 늘어날거예요"
데니스 김 서울시향 악장
"올해 서른셋, 젊죠. 음악세계서 나이 무의미 준비안된 지휘자는 매력없어요"
-올해 나이 서른 셋, 젊은 악장이시군요.
△데니스 김(이하 김)= 음악 소사이어티에서 연령은 의미가 없어요. 캐나다 국적을 가졌지만 반은 한국인인 나를 단원들은 오히려 편하게 생각해요. 위 아래 없이 곧바로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의 역할은 어디까지죠.
△정우균 악장(이하 정)= 지휘자가 아버지라면, 악장은 어머니 역할이죠. 안살림을 맡아한다고 보면 되는데, 현 파트를 음악적으로 리드하고 행정도 관할해야 하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휘자의 말이 없어도 그의 음악적 의도를 단원들에게 전하는 역할이죠.
△김= 책임질 것이 엄청나게 많아요. 홍콩에서 악장생활을 했지만, 서울시향에서의 것과 비교가 안돼요. 음악적인 부분을 빼고라도 단원발굴이나 100회가 넘는 연주 등. 무엇보다 지휘자의 음악적 목적을 충실히 따르는 게 악장인 것 같아요.
-1년에 잡힌 연주횟수는
얼마나 됩니까.
△김= 120회에서 130회 정도 연주해요. 모든 단원이 매회 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담인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1년 내내 연주회에 참석하는 단원들도 있어요.
△정= 65회 정도. 2년전까지만 해도 1년 연주횟수는 20회에 그쳤죠. 불과 2년만에 연주횟수가 배로 늘어났어요.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대구시향의 연주도 서울시향 못잖게 늘어날 겁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어떤 면모를 갖춰야 합니까.
△정= 음악적 카리스마와 인간성을 겸비해야지요. 또 단원들의 음악적 자존심을 지켜주는 지휘자여야 합니다.
△김= 준비하지 않는 지휘자는 매력없어요. 연주 10분만 해보면 지휘자가 악보를 숙지했는지 안했는지 단원들이 다 눈치채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음악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느냐예요. 서울시향의 정 선생(정명훈 지휘자)은 단원들에게 '서울시향은 3년 된 오케스트라'란 점을 늘 강조해요. 몇 십년 전통 다 잊고 새롭게 만들어가자는 뜻이죠. 그는 지휘자의 중심은 비즈니스가 아닌 '음악'이라고 철저하게 믿어요. 국내 최고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지향하는 것도 그의 강점이죠. 그와의 연주는 1년 전과 지금이 확연히 달라요. 단원들 스스로 향상을 느끼고 동시에 자부심을 갖게 되죠.
-잦은 지휘자 교체에 대해선 단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 여러 지휘자를 경험하는 것 자체를 심각하게 느끼진 않아요. 오히려 다양한 색깔의 지휘자를 만나는 건 음악적으로 체험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니까요. 다만 상임지휘자는 필요하죠. 그리고 객원 지휘자를 늘리는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