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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미술의 궤적은 미니멀리즘을 중심으로하는 추상의 흐름과 더불어 아방가르드로서의 팝아트가 리얼리즘의 성향을 보이며 재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팝아트는 이후의 예술가들에게 견고한 기존 미학의 울타리를 제거해 줌으로써 다양한 가능성의 활로를 열었다. 팝아트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인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은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존 미술계에 다양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기존의 미술이 갖는 정의를 여러모로 흔드는 일들을 과감히 행했고, 이에 대한 미술비평가와 문화이론가들의 서로 다른 시각은 현대미술에 대한 예리한 문제점들을 수면위로 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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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에 앤디워홀은 길 건너 수퍼마켓에서 빈상자를 몇 개 주워다 목수로 하여금 그 상품박스와 똑같은 수백 개의 나무상자를 만들게 하였다. 그리고 워홀은 이것들에 실크스크린으로 상표를 제작하여 붙인 다음 뉴욕의 화랑에 전시하였다. 이 전시를 관람한 예술철학자이자 미술평론가인 아서 단토는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접한 후, ‘예술의 종말’을 고하기에 이른다. 과거에는 미술작품은 언제나 미술작품으로 확인가능하다는 암묵적 신념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왜 그것이 예술작품이 되는지를 설명해야하는 새로운 철학적 물음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단토가 앤디 워홀의 전시에서 목격한 <브릴로 상자>는 일반 사물과 시각적인 차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술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워홀에 이르러 현대미술을 미술로 만들어주는데 시각적인 요소가 관여하는 바가 전혀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눈만 갖고서는 예술과 한갓된 실제 사물 사이의 차이가 밝혀지지 않는다. 예술작품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감각경험으로부터 사유로 전환해야한다. 바로 철학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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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중적인 상품을 모델로 제작한 <브릴로 상자>에서 알 수 있듯이, 앤디 워홀을 정점으로 점화된 시각예술에서의 대중주의에 대한 관심은 전통과 형식주의의 노선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미술사에 시각의 전환을 제기했다. 1950년대 이래 지속적인 진전을 해온 반형식주의는 소비문화와 미디어의 활성과 맞물려 대중주의적 성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며 이는 더 이상 저급함이 아닌 실질적인 현실임을 인지하게 하였다. 워홀이 만들어낸 회화작품이나 영화, 잡지, 저작물 등의 모든 활동들은 그가 자신의 시대에서 동떨어지지 않고 항상 밀착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은 날이 갈수록 명성과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이것은 외견상으로 보이는 결과적 화려함 속에 그의 진정한 가치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끌어낸 팝아트는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을 ‘좋은’ 취향과 ‘나쁜’ 취향이라 구분짓는 경계선을 없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를 전율하게 만들었고 관람자와 작품을 아주 깊은 단계까지 연결시켜 소통하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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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 김언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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