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훼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대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던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2008년4월 '현대문학' 발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었습니다.
늘 편찮으신단 소식을 들으면 안타까웠고,오래오래 사셨으면 하고
마음 속으로 빌었었는데...
존경하는 마음으로 읽고 모아 둔 당신의 분신들
오래오래 새기며 간직하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2008년 5월5일 오후 2시 45분 향년 82세로 타계
오늘따라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고 빛나 보이기도 하는 그분의 흔적들
5월4 일 친정 꽃밭에서 가져온 젊었을적 울엄마 닮은 함박꽃
친정 마당에서 가져온 우리엄마 닮은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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