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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진작가 조세현의 스타&얼굴 - 정명훈 편

마리안나 2008. 6. 12. 09:11
<사진작가 조세현의 스타 & 얼굴>
그에게 어울리는 ‘깊은 표정’
정명훈
깊은 표정은 밝은 얼굴이기보다는 우울한 표정의 얼굴이기가 쉽다. 표정이 깊다는 것은 어찌 보면 꽤 철학적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때에는 그저 어두운 표정으로 보여질 뿐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이미지 파악과 분별의 능력은 때로 아주 단순한 것 같다.

타인의 얼굴을 조금만 더 유심히 관찰한다면, 깊은 표정의 얼굴이라고 해서 다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을텐데, 대부분의 경우 다른 이의 얼굴에 대해 오래 관찰하려는 수고까지는 하지 않는다. 우선 나부터도 촬영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표정을 오래 관찰하려 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인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고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순간적으로 눈만 마주치고는 그 다음은 전체적인 인상에 의존해 판단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깊은 얼굴이 주는 묘미는 사실 예사롭지 않다. 그 중에서도 ‘심오(深奧)’하다는 표현을 써도 될 만큼 깊고 그윽한 표정의 얼굴을 마주한다면 어떨까?

그 동안 많은 스타들이 인물을 구경(?), 혹은 분석하면서 발견해온 표정들은 대부분 순수함 혹은 우아한 표정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스타들의 이미지는 깊이 보다는 외적으로 반짝거리는 보석처럼 보여지는 표정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심오한 표정을 깊고 그윽한 표정이라고 한다면, 이런 표정의 얼굴을 대중적인 스타들에게서 찾기란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두고서 심오한 표정을 상상해보면 그 의미가 무슨 뜻인지 금방 눈치 챌 만큼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렇게 설명과 주의 깊은 관찰을 곁들여서 그런 심오한 얼굴을 파악해 보면 그런 표정이 결코 우울한 표정만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일반인들이 이런 심오한 표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 또한 일상을 살아가기에 만만치 않을 것이다. 너무 심각해 보이기도 할 것이고 그래서 주위에서 쉽게 말 붙이기도 힘들어 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마에스트로 정명훈에게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그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표정이 그의 ‘깊은’ 표정이다. 수십 명의 단원들과 천양각색의 악기 소리들을 일관성 있게 지휘하는 것에서부터, 수 많은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데에도 그런 심오한 표정이야말로 오히려 더 도움이 되면 되었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이야기지만 나는 뉴욕필이나 베를린필, 그리고 비엔나필, 런던필처럼 우리에게도 우리의 도시 이름을 빛나게 하는 멋진 오케스트라가 생기기를 기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작은 나의 기원이 보탬이 되었던지 서울필하모닉이 정명훈과 함께 한국문화 미래를 열어가게 된 일은 그저 개인의 기쁨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그저 인물 사진가이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느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나 쉽게 붙일 수 없는-붙인다고 해서 어울리지도 않겠지만-그런 ‘심오’한 표정의 소유자가 역사적으로도 어디 쉽게 나타나겠는가? ‘심오한 표정의 소유자’-그야말로 서울필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에게는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문화일보 2008-06-11

출처 : 사진작가 조세현의 스타&얼굴 - 정명훈 편
글쓴이 : visi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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