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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민일보] 선입견 버려야 현대음악에 귀 열려요

마리안나 2008. 6. 12. 09:15
“선입견 버려야 현대음악에 귀 열려요”

[국민일보 2008.06.11 17:52]       

 

"현대음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모든 편견과 선입견 없이 음악 자체에 몸을 맡기세요. 오직 그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현대음악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불협화음, 불규칙한 리듬, 대담한 화성구조…. 현대음악은 어렵다. 바흐와 모차르트에 익숙해진 귀는 베베른과 베르크에 격렬히 저항한다. 같은 자성의 막대자석처럼 서로 밀친다.

작곡가 진은숙(47·사진)은 그게 당연하다고 했다. "어렵죠.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음악이 나를 위로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면 작곡가는 새로운 메시지로 관객에게 보답해줍니다."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인 그가 13일과 15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연주회를 한다. 아르스 노바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 3년 전부터 이어온 해설 음악회다. 최근 서울시향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현대음악만을 콘텐츠로 온종일 연주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외국의 기획자들까지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관현악 콘서트 '이국의 색채', 실내악 콘서트 '아메리카'가 연주된다. 각각의 주제 아래 올리비에르 메시앙, 클로드 드뷔시, 스트라빈스키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20세기 음악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명성을 얻은 스테판 애즈버리가 지휘를 맡고 현대음악 전문 피아니스트 빌헴 라추미아가 협연자로 나선다. 진은숙은 직접 무대에 올라가 작품을 설명한다.

"레퍼토리 선정은 혼자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작업을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아요. 관객들이 쉽게 지치지 않도록 하면서 통일성을 가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진은숙의 형제들은 유명인사다. 음악평론가 진회숙이 언니고 중앙대 진중권 교수가 동생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예식장에서 피아노를 치며 용돈을 벌었다는 그는 자유분방한 집안 분위기가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클래식계의 노벨상이라는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한 작곡가지만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지 않는다. 교수 자리 하나 얻으려고 모든 것을 '올인'하는 우리 음악가들과는 다르다.

"작곡가는 풀타임 직업입니다. 회사 전무하면서 대학교수 못하듯, 작곡을 하면서 교수가 된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창작은 힘들고 고통스런 일입니다."

김민호 기자 aletheia@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선입견 버려야 현대음악에 귀 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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