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애린

山頂墓地 .7 --- 조 정 권

마리안나 2008. 6. 19. 13:52

언제 보아도 산정 위에는 바람 자고

오랜 세월 至高한 발길 머물은

구름의 묘비명.

거기 새겨 있는 가사 없는 노래를

내 어찌 전할 수 있으리.

해마다 봄은 오고

봄은 와서 山頂의 새들에게 高山植物의 풀씨를 전하고,

골짜기와 계곡 눈과 얼음 속에서 三冬 겨울을 홀로 견딘

송이 향기를 내려보내 주건만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가.

石氷 사이 다시 흘러내리는 냇물과

폭포들이 전해주던 노래하는 법,

혀로서 노래하는 法을.

해마다 산정으로 꽃이 찾아와

풀꽃들은 바람에 흠뻑 취해 바람과 同行하고

햇빛은 나뭇가지와 잎새마다 생긴 일을 나날이 보도하네.

하지만 날개들은 더 먼 해안의 기류를 예감하리.

해안 기슭으로 수천의 물방울이 도착해서 빛을 滿載하고 있음을.

오, 그대들 빛의 하역자들이여.

본시 그대들의 혀는 말보다는 노래를 위해 태어난 것.

그대들 혀로서 흠뻑 노래부르고 싶지 않은가.

딱딱하게 굳어 버린 말을 위하여 그대들 혀는 얼마나 혹사했는가.

권태와 휴식으로 쓸모 없는 팔다리에 피를 다시 돌게 하고

五官을 다시 운행시키고 싶지 않은가.

봄은 나뭇가지의 오관을 활동하게 하고

잎새들은 꽃들의 활동을 노래하는데,

그대들, 지상의 거주자들이여, 혀로서 말을 쌓아올리고

의미만을 찾던 동공의 심연.

해마다 봄은 오고

봄은 와서 눈꺼풀을 닫게 하고

그대들의 삶의 나뭇가지마다 진딧물을 번식시키고 있지 않은가.

무수한 현인들이 삶의 開花를 위해 살충제를 뿌리고

무수한 哲人들 또한 성장촉진제를 생각해 왔건만,

오, 까닭도 없이 생겨난 허공에

둥그런 심연, 둥그런 無의 열매.

이미 일찍이 莊子의 담장 위에 열려 있었던 것.

오, 그대들 어리석은 賢人들,

서재에 불상을 모신 쇼펜하워, 들길을 거닐며 공자를 가르치던 에머슨,

禪房에 들어앉은 레비 스트로스, 니체, 랭보.

저 모든 유럽 탈출자들.

그들 또한 지상을 탈출하지 못하고 결국 지상에 묻히지 않았는가.

오, 그대들, 허공의 탈출자.

동양의 담장 위에서는 無의 성숙한 열매가 보이고

고아한 나뭇가지에는 시인이 빠져 죽은 달이 둥그렇게

걸려 있지 않은가.

그들이 부른 노래는 無의 노래, 가사 없는 노래.

그것은 차라리 도취의 노래가 아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