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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명훈 아시아필하모닉 음악감독

마리안나 2009. 8. 13. 20:16

인터뷰> 정명훈 아시아필하모닉 음악감독

"동양 연주자들 약진 놀라워"
(베이징=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음악을 통해 아시아의 힘들고, 날카로웠던 역사를 극복하고, 화합을 이루면 좋겠습니다"

지휘자 정명훈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외에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의 상임 지휘자 겸 음악감독이라는 직함도 지니고 있다.

APO는 음악을 통한 아시아의 화합, 역량있는 아시아 음악인 발굴을 위해 그가 1997년 창설한 오케스트라.

후원이 끊긴 탓에 2000년대 들어 활동이 뜸했던 APO는 2006년 든든한 후원자 인천시와 손잡은 이후 매년 여름마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단원들이 모인 가운데 아시아 각국에서 연주회를 펼치고 있다.

5일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APO의 중국 데뷔 연주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정명훈 APO 음악감독은 "모든 일에 있어서 현재보다 더 큰 것을 꿈꿔야 발전이 있다"며 "APO는 음악이라는 훌륭한 매개체를 통해 갈등과 반목의 아시아의 역사를 극복하고, 화합을 이루자는 뜻에서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강조했다.

"말로만 아시아, 아시아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함께 부대끼는 기회를 만들어야죠. 음악이 여기에 앞장서는 것입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오케스트라를 지원하는데는 적극적이지만,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오케스트라를 지원할 생각은 아직 못하고 있다"며 "다행히 3년 전 인천시가 나서며 APO가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 유러피언필하모닉을 로마에서 시작하려고 했는데 거기서도 지원이 충분치 않아서 무산된 적이 있다"며 "클래식의 전통이 깊은 유럽에서도 유럽 전체를 포괄하는 오케스트라가 없는데 APO가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는 건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APO는 미국과 유럽의 오케스트라, 일본과 중국의 오케스트라, 서울시향의 단원 등으로 골고루 구성돼 있어 균형이 잘 맞는게 강점입니다. 실력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재미있게 연습하기 때문에 연습 기간이 짧아도 호흡이 잘 맞지요"

그는 10년 전에 비해 동양 연주자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을 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크게 늘어난 것에 흡족해했다.

"이제는 동양 연주자들도 서구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아주 많아졌어요. 동양인들만 모아서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있을 정도죠. 현악기의 경우 100% 동양 연주자들로만 채울 수 있을 만큼 아시아에서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이 나왔지요. 아직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관악기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올라왔고요"

그는 "특히 10년 사이에 중국에서 좋은 연주자들이 많이 배출된 게 반갑다"며 "늦은감이 있지만 APO가 중국 무대에 처음으로 서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연주회에서 선보이는 말러의 '교향곡 1번-거인'에 대해서는 "말러는 웅장하면서도 감성적이어서 동양인의 정서와 잘 맞지만 아시아의 오케스트라가 그리 잘하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이 곡은 실력과 여유가 뒷받침돼야 제대로 연주해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자신있게 감정을 완전히 터트려야 하거든요. 동양 오케스트라들의 경우 실수를 안하려 하고,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어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뒤에 앉아있는 연주자들이 제 소리를 못내고 앞의 연주자들을 따라가는 분위기가 어떤 오케스트라에나 존재하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실수해도 되니까 절대 그런 느낌을 주지 말라고 단원들에게 주문해요. 이제 우리도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