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자화상(自畵像)

[스크랩] 다녀 왔습니다

마리안나 2007. 8. 24. 10:59


암청으로 우거진 숲을

호랑이 처럼 어슬렁 걸었습니다

 

땅내 맡고 으쓱자란 모 사이로

백로 처럼 우아하게 걸었습니다

 

흰 구름 징검다리를

요정처럼  걸어서 갔습니다

 

바람사이 숲이 지나가고

사람의 집들이 지나가고

끝없이 길이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고

 

설렘을 보내고

그리움 보내고

아쉬움 보내고

보내고

보내고

 

먼 산엘 다녀 왔습니다.

 

 우거진 녹음과 맞닿은 오대산의 하늘은

유난히 파래서 올려다 보느라 현기증이 났다

많은 소沼와 작고 큰 폭포를 안고 흐르는

소금강의 시원한 물소리와 아름다운 자태에 취해

여섯시간을 힘든 줄 몰랐고

 금강송들의 붉은 숨소리가 그대로 전해져

가슴이 벅찼었다.

 

 

 

 

출처 : 다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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